과도한 벌점제로 학교 ‘삭막’…“‘부모 소환제’ 겁나요”
과도한 벌점제로 학교 ‘삭막’…“‘부모 소환제’ 겁나요”
  • 박정원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0.11.26 11:53
  • 수정 2010-11-26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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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벌하는 학교 아직 있어 … 전학생 재전학 시키는 ‘폭탄 돌리기’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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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나
11월 1일부터 학교 현장에서 체벌이 전면 금지됐다. 체벌이 금지된 지 한 달. 그동안 학교 현장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를 지켜보는 교육 주체인 학생과 교사, 학부모의 입장은 어떨까. 본지 ‘교육지킴이 안심해’가 현장을 살펴봤다.

체벌 금지 이후에도 여전히 체벌을 하는 학교도 있었지만 체벌을 없애고 대신 벌점을 강화하는 등 학교마다 차이가 있었다. 체벌이 눈에 띄게 줄었어도 학생 행동이 지나친 경우 일부 교사가 못 참고 체벌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의 ㅁ중학교 3학년인 한 여학생은 “과거에는 심한 매질을 하거나 머리채 잡기, 구레나룻 잡아당기기, 옆구리 꼬집기 등의 신체적 고통을 주던 교사들이 이제 체벌 대신 벌점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학생들이 너무 떠들자 한 교사가 “이래서 내가 안 때릴 수가 없다”며 출석부로 떠든 아이들의 머리를 한 대씩 내리친 일도 있다면서 “학생들도 반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ㅅ여고 1학년 여학생은 “지금도 여전히 숙제를 안 해온 학생을 밖으로 불러내서 매로 엉덩이를 때리거나 머리를 때리는 선생님이 있고 체벌을 해오다 금지 조치 이후부터 뒤로 나가 서서 수업을 받는 걸로 바꾼 선생님, 여전히 언어폭력을 쓰는 선생님도 있다”고 말했다. 그 학생은 “때리는 장면을 찍으려고 휴대전화를 꺼냈지만 복도로 나가 때리는 바람에 찍지 못했다”고 했다. 이 여학생은 “선생님들이 체벌 금지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벌점제가 있다곤 하지만 학생들에게 공지도 하지 않고 실행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ㅈ여고 3학년 한 학생은 “시교육청의 체벌금지 조치 이전부터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학교 방침에 따라 계속 벌점제도로만 학생을 처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태도가 불량한 학생의 경우 복장 등 다른 부분을 문제 삼아 10점씩 감점을 해 다시는 대들지 못하도록 통제한다고 전했다. 또 “체벌금지 조치 이전에 일부 교사가 폭력을 행사한 사례가 있었으나 이후로는 더더욱 그런 일이 없어졌다”며 환영했다.

ㄱ중학교에 다니는 남학생도 “체벌은 거의 없고 과목별로 해당 과목의 태도 점수를 깎는다”고 밝혔다. 또 “체벌 대신 한문 무작정 쓰기, 벽 보고 무념무상 하기 등 시간으로 때우는 벌을 주는 선생님도 있다”고 했다.

이렇게 달라진 처벌 방식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어떨까. 그동안 체벌이 가해지다 금지된 학교 학생들 중에는 “차라리 때리는 것이 낫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학생들은 “처음엔 벌점을 환영했지만 이젠 싫어한다. 5∼15점 정도의 큰 벌점을 받게 되면 바로 엄마를 부른다”며 체벌보다 부모가 불려가는 것을 더 기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여학생은 “평소에 맞는 거 엄청 잘하는 친구가 생활지도부 앞에서 울먹이고 있더라. 도덕책 가지러 나갔다 왔는데 무단이탈로 벌점을 받아 엄마가 학교에 오게 생겼다면서 떨었다”고 귀띔했다.

한 남학생은 “선생님들이 협박하는 게 더 비열하고 쪼잔해 보인다. 포스 있는 선생님은 때리지 않고도 애들을 장악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몇몇 학생은 “체벌 금지 이후 무조건 벌점을 매기게 돼 학교가 완전 삭막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중학교 교사 윤모씨도 “학생들은 차라리 때려달라며 벌점에 대해 원성이 자자하다. 그동안 맞고 살아왔더니 서로 그것이 편한 것 같고 두통약 먹고 통증을 잊는 것처럼 쉽고 빠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원인은 놓아둔 채 매를 맞으면 서로 빨리 문제에 대해 벗어날 수 있었던 오랜 관행을 고치려니 서로들 쉽진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체벌이 없어지니 이제야 사람으로 대접 받는 것 같아 좋다”는 학생도 있었다. 중학교 3학년인 한 여학생은 “때리는 모습을 보면 심장이 오그라든다. 옆에서 당하는 것도 고통이다. 그걸 보지 않게 돼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생 아들을 둔 학부모 최모씨는 “체벌을 대신해 부모를 소환하는 벌점제도로, 자녀를 학교에 맡기고 나 몰라라 하던 부모들이 학교생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

최씨는 특히 “지금까지는 학생이 문제를 일으켜도 체벌 등으로 때우고 넘어가고 아예 수업시간에 참여를 안 해도 제발 조용히 있어주길 바라며 잡초처럼 버려져 있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체벌 금지 조치 시행 한 달을 지켜보며 체벌을 금지하는 미국 등의 학교 운영 사례에 주목한 학부모가 많았다. ‘학생이 문제를 일으켰을 때 이를 특별 지도할 전문 교육을 받은 교사의 배치, 학부모 즉시 소환의 강제성을 높여 학생에 대한 학부모의 책임 강화, 유급·정학·퇴학 등 단계적이고 강력한 처벌의 허용, 문제 학생에 대한 의학적 진료 청구’ 등 참고할 만한 내용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 학부모들은 현재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다른 학교로 전학 조치를 해도 이전 학교로 재전학 오는 등 일명 학생에 대한 ‘폭탄 돌리기’가 이뤄지고 있다며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 교육에서 제외된 학생들에게 학교 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계속적인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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