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저에게 아버지는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그 흔하다는 놀이공원조차 한 번 가보지 못했죠. 제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 아버지는 항상 다른 곳으로 떠나기 위해 준비하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직업은 탐험가였습니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아버지 직업란에 탐험가 아버지가 싫어서 회사원으로 써서 내고는 했습니다. 나이가 들고 고등학교, 대학교를 지나치면서 저는 아버지의 삶과는 동떨어진 길을 걸었습니다. 회사를 다니던 어느 날, 아버지가 말씀하셨습니다. “에베레스트 한번 가볼래?”라고 말입니다. ‘그래요. 얼마나 굉장한 곳인가 가볼게요. 거기에 가면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나요?’라고 속으로 되물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에베레스트로 떠났습니다. 처음에 그곳에서 느낀 것은 정말 엄청난 자연의 힘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등은 어느 때보다 더 커 보였습니다. 제가 힘들어 할 때면 아버지는 ‘천천히 가는 거야 꾸준히, 꾸밈없이, 서두르지 말고 인생처럼’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죽음이 눈앞에서 오락가락 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따라 등반을 시작한 지 57일 만에 정상을 밟았습니다. 정상에서 아버지와 눈물 흘리며 포옹한 후 왜 미쳤다고 이런 곳에 다니느냐고 소리를 쳤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아버지에 대한 응어리가 조금은 풀린 것을 느낄 수 있었죠.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마음속으로 한 발 더 다가서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