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없는 전업주부도 독립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가입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18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사옥에서 한국사회법학회와 함께 ‘남녀고용평등법과 사회보장법상 여성의 지위향상’이라는 주제로 여성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회는 여성노동자의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고용상 성차별과 사회보장법상의 적용 배제 및 사회보험 수급권상의 차별을 겪고 있어 이에 대한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주제발표에 나선 박승두 청주대 법과대학 교수는 고용보험법상 양성평등을 실현하려면 “고용보험 적용 대상의 확대, 구직급여제도, 육아휴직급여제도, 산전후휴가급여제도, 각종 고용촉진 지원금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2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남녀 성별 고용평등지표는 57.3%로 1998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 하락세로 돌아서며 여성 근로자에 대한 차별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평등지표는 고용 부문에서 남녀의 지위가 얼마나 비슷한지 나타내는 지표로 100%에 가까울수록 평등 수준이 높다는 의미다.

박 교수는 특히 육아휴직급여와 산전후휴가급여 제도에 대해 “피보험 단위기간(180일 이상)을 대폭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고용보험에 180일 이상 가입된 사람만 육아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는 또 “근로자 본인의 신청에 의해 지급하기보다는 사업주에게 신청의무를 부과하는 등 강행규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고용보험에서 지급하는 범위를 확대하고 사용자가 부담하는 부분은 점차 축소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도 산전후휴가 사용 후 원직복직에 대한 지원책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신·출산 후 계속 고용지원금, 대체인력채용 장려금은 금액의 대폭 상향 조정도 주장했다.

조성혜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는 현행 국민연금법에 대해 “양성평등적 측면에서 볼 때 중립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국민연금법의 형식적 중립성으로 인해 소득이 없는 배우자의 대다수인 전업주부가 국민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비정규직이나 경력단절 여성의 경우 연금액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여성이 국민연금에 가입했어도 저임금의 비정규직이거나 영세 자영업에 종사하는 경우,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경우는 기준소득월액이 낮아지거나 가입기간이 짧아 연금액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조 교수는 “여성의 노후빈곤은 30~40대에 겪는 가사노동과 육아 문제에서 비롯된다”며 “이 기간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에 산입해 전업주부도 독자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하고 경력 단절 여성들의 불이익이 상쇄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또 “여성에 대한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이 시정되지 않고는 국민연금법에서의 양성평등도 실현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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