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장관’에 가장 잘 어울릴 남성은
‘여성가족부 장관’에 가장 잘 어울릴 남성은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0.10.22 11:50
  • 수정 2010-10-22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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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 김제동·유재석 > 안성기 > 이정섭 순으로 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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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션, MC 김제동·유재석, 영화배우 안성기, 탤런트 이정섭. 이들의 공통점은?

여성신문 20~60대 여성 독자 115명(무응답 제외)이 역발상 설문조사 ‘재미로 물어봤습니다’를 통해 “여성가족부 장관에 가장 잘 어울릴 남성”으로 추천한 인물들이다. 션(7.82%), 김제동·유재석(공동 2위 6.95%), 안성기(5.21%), 이정섭(3.47%)이 1~4위를 차지했다.

응답자들이 이들을 꼽은 주요 이유는 첫째 아내와 가족을 사랑할 것 같다, 둘째 여성을 잘 알 것 같다 그리고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배려심이 클 것 같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이 구체적인 세 가지 조건의 대전제는 “어떤 남성보다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 주로 대중매체에 많이 노출돼 나름 여성친화적 이미지를 형성한 연예인이 후보 주류를 이루었고, 후보로 꼽힌 남성 리더들도 평소 평등 부부나 공익적 이미지로 잘 알려진 인물들이 추천됐다. 여성가족부가 하는 일에 대한 구체적이고 정확한 파악에서 추천했다기보다는 여성가족부를 이끌 수장이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대내외적 이미지를 고려한 추천 사유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션의 경우 “아내를 위하는 마음으로 우리나라 여성들을 위해 발 벗고 나설 것 같아서”를, 김제동의 경우 “(홀어머니와 누나가 많은 가정환경을 들어) 모계사회적 성장 배경, 강한 사람한테 강하고 약한 사람한테 약하며 권력에 눌려 비겁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유재석의 경우 “방송 진행 스타일에서 드러나는 배려심으로 보아 화합과 소통을 잘 하는 리더일 것 같다”는 것과 “워킹맘의 남편으로 여성·가족 정책을 잘 이해할 것 같다”를, 이정섭의 경우 “음식에 조예가 깊고 여성적이라 여성 정책을 잘할 것 같아서”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안성기는 CF에서 보여준 가정적이고 성실하며 자상한 이미지가 응답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특히 김제동에 대해선 “평생 독신으로 남아 여성들을 위한 장관으로 일해줬으면”이란 막연한 기대(?)까지 나왔다.

연령대별로는 20대에선 션이 1위를, 김제동과 유재석이 공동 2위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정치인 유시민이 공동 4위를 차지했다. 30대에선 변호사 강지원, 영화배우 권해효, 김제동, 유재석이 공동 1위를 차지했고, 50대에선 안성기가 1위였다. 40대의 경우, 전문인부터 대중연예인까지 10인10색으로 후보들이 다양해 유의미한 후보가 뽑히지 못했다. 이들 중 반기문 사무총장은 “유엔을 이끄는 열정적 리더십”으로, 강지원 변호사는 “인권문제에 대한 기민성, 여성 이슈에 대한 기여도, 그리고 아내를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만든 외조력”이, 권해효는 “여성계와 연대해 호주제 폐지에 앞장섰기 때문”이란 점이 평가됐다.

“국방부장관도 여가부장관 해봤으면”

이번 조사에서는 누가 유력(?) 후보로 선정됐는지 결과보다는 각 여성이 내놓은 다양하고도 기발한 추천의 변이 더 인상적이다.

가령 김태영 현 국방부 장관과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을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추천한 것은 “여성들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보는 기회를 한번 가져보고 남성들의 병역의무 못지않게 여성들도 다양한 짐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포용성으로 남녀 긴장 해소에 도움을 주기 바란다”는 이유에서다.

또 ‘B급 좌파’로 스스로를 칭하던 칼럼니스트 김규항은 “본인이 마초인 걸 잘 알고 있어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얘기를 해줄 것 같은 기대 때문에”, 가수 조영남은 “남자보다 여자를 더 잘 알 것 같은 남자여서”, 가수 신해철은 “가끔 과격한 페미니스트적 발언을 하는 데다가 아내와 딸을 끔찍이 아껴서”, 개그맨 유세윤은 “얼마 전 TV에서 여성을 위해 ‘일처다부제’란 파격 법안을 제안했다”는 것으로, 탤런트 다니엘 헤니는 “기본적으로 매너가 좋아서”, 영화배우 강동원은 “빛나는 외모를 가지고 있어 그가 내놓은 정책은 여성들이 무조건 따를 것 같다”는 것 등이다.

특히 국내 굴지의 산부인과 전문병원 차병원의 정창조 원장을 추천한 40대 워킹맘은 “이분이 여성가족부 장관이 된다면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 같고, 게다가 여성의 내밀한 부분의 고민까지 속 시원히 해결해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무한도전’ 김태호 PD는 “매주 상상을 초월하는 아이디어로 프로그램을 만들 듯 여성정책 또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잘 만들 것 같다”, 칼럼니스트 진중권은 “왠지 획기적으로 바꿀 것 같아서” 등을 선정 이유로 꼽아 여성가족부의 이미지와 역할이 한층 강력해지길 기대하는 심리를 방증했다.

이밖에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감성과 이성을 겸비한 리더십과 진보개혁성”, 김춘진 민주당 국회의원은 “여성 관련 법안을 충실히 내놓아서”, 홍정욱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오랜 외국생활 경험으로 여성정책을 선진화시킬 수 있을 것 같고, 지난해 말 민노당 이정희 의원이 눈물을 쏟을 때 손수건을 건네준 부드러운 이미지가 인상적이어서”,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는 “호주제 법안 발의 이력”, 오세훈 서울시장은 “적극적인 친여성 정책”, 여성 부단체장 발탁을 공언한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여성단체 활동에 적극 협조한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등의 이유로 추천됐다.

또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언론인 출신이라 사회 전반 파악이 능하고 해결책 제시가 참신할 것 같아서”, 문용린 서울대 교수는 “공평하고 도덕적 이미지”,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인격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한국으로 귀화한 박노자 교수는 “여러 저술서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불평등과 고정관념을 비판했고, 본인이 타자라 타자성에 대한 이해가 깊을 것 같아서”,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은 “청렴하고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위해 진심으로 애쓰는 모습”, 축구감독 홍명보는 “2002 월드컵 성과로 뚝심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믿음이 간다” 등이 호감을 얻었다.    

대중 연예인 중 한석규·차인표·최수종·연정훈은 “애처가로 가족과 아내에 헌신적이고 스캔들이 없어서”, 동성애 커밍아웃을 한 탤런트 홍석천은 “성 소수자 인권을 정책에 잘 반영할 것 같아서”, 탤런트 임현식은 “세 딸의 아버지로 따뜻한 시선으로 여성의 입장을 이해할 것 같아서”, 배우 지진희와 가수 알렉스는 “왠지 부드러운 이미지라서”, 배우 정준호는 “사회봉사에 앞장서고 남성 권위적이 아니어서 의견 수렴을 잘 할 것 같다” 등의 이유로 추천됐다.

또 디자이너 이상봉에 대해선 “패션 디자이너이기에 여성의 신체와 심리를 여성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노력할 것”이란 이유를 꼽기도 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정치학자들은 “사회지도층 남성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여성들의 욕구가 투영된 결과”라며 “성 평등 문제도 이 같은 역발상을 통해 한층 진전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반면 여성 스스로 ‘여성가족부’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란 의견도 있다.

여성신문의 이번 조사는 여성이 대통령, 국무총리, 국방부장관이 되는 것이 자연스럽고 전체 각료 비율 중 3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정·관계 유리천장이 깨지는 시대가 온다면 남성에게도 충분히 여성가족부 장관 몫을 내어줄 수 있다는 발랄하고 즐거운 상상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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