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화두가 여성이었다면 이제는 인간이야”
“지금까지 화두가 여성이었다면 이제는 인간이야”
  • 정리=김수희 기자, 대담 = 김효선 / 여성신문 발행인
  • 승인 2015.10.12 17:05
  • 수정 2015-10-12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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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화해하여 평화통일 이루자’라고 아침저녁으로 100번씩 기도해”
“밑바닥 생활 문제부터 해결돼야 여성 사회의식도 변하지”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관 일깨우기 위해 소셜미디어 활용 권고

 

“이번 인터뷰 질문을 받고 보니 평소 내가 고민하고 있던 부분들이라서, 같이 고민하고 같이 이야기 해보자는 마음이었어. 우리의 문제가 이제 단순하지 않아요. 명확한 해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게 완전한 것은 아니거든.”

올해 여든일곱의 이이효재 선생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2시간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사회와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열정적으로 이야기했다.

여성들에게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세계와 시대를 품을 것을 주문할 때의 형형한 눈빛은 여전히 청년의 것이었다. 10월 14일 아직 여름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남녘 진해에서 한국 여성운동의 산 역사인 이이효재 선생을 만났다.

창간 22주년을 맞은 여성신문에 대해 “힘든 시절을 지나면서도 남아 있어줘서 고맙다”며 친필로 축하 인사를 건넸다.

사회복지법인 경신재단 건물 3층에 위치한 이이효재 선생의 경신사회복지연구소 사무실에서 오랫동안 묵혀두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가족은 변하는데, 제도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 가족사회학자로서 저출산 문제나 요즘 이슈화되고 있는 가족 문제들과 대책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시는지.

“요즘은 너무 미시적으로만 파고들고 크게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신문에서도 가족이나 여성에 대한 시각은 없고, 온통 보육투쟁뿐이야. 오직 저출산 문제만 걱정하는 정부가 내놓는 복지나 가족정책이라는 것이 ‘어떻게 여자들을 꾀어 애를 더 많이 낳게 하느냐’는 거야. 여자들이 돈 조금 더 받는다고 애를 더 낳겠는가. 그런데도 정부 정책은 여성을 애 낳는 수단으로만 보고 돈으로 꾀려 해.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이렇게들 둔감한가.”

- ‘가족’의 현상과 그로 인한 문제가 급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70~80년대 말에 학생들에게 혼인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독립해서 살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했더니 다들 어리둥절해 하더라고. 그때는 그런 얘기를 해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갔을 거야. 그런 단계를 거쳐왔기 때문에 요즘 아이들 행동하는 걸 보면 너무 놀라워. 너무 빨리 변화해. 1980년대 여성들이 가족법 개정이나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면서 ‘우리 애 안 낳는 파업하자’고 말했었는데, 이런 현실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어.”

- 저출산 문제의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혼인과 가족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논의하는 남성 전문 학자들이 없어. 한국 남성들은 내가 가족학을 연구한다고 하면 ‘가족은 자연’이라면서 그게 무슨 사회학이냐고 했어. 가족은 사회과학의 가장 기초적인 거야. 남성들이 나서서 ‘우리가 도와줄게 함께 아이 낳자. 같이 고생하자’고 해야 변하지. 남녀가 함께 사회, 정책, 관념, 생활을 바꾸자고 해야 여성들이 애를 낳지. 남성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 정부는 저출산 통계만 발표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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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해결 위해 언론이 희망적 방향 제시해야”

- 변화하는 가족 문제 중 특히 청소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어느 사이에 10대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앞서 행동하더라고. 아이들은 이론 없이 행동으로 실천하면서 몸으로 살아버려. 젊은이들을 만나보면 선입관이 없어. 보는 대로 받아들이고 느끼는 대로, 욕구대로 표현하고 행동해. 그게 기존의 관습이나 도덕과는 다르니까 어른들은 아이들을 억누르고 아이들은 저항을 하는 거야.

요즘은 10대 임신이 많아지고, 그 아이들을 학교에서 받아주느냐 하는 게 문제가 되는 시대예요. 세상을 열어놓았으니 아이들은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지. 우리 사회나 부모들, 기성세대는 변화하는 아이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고, 아이들은 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주체성이나 지성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니까 문제가 생겨. 이제는 부모들이 ‘너 이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누르기보다는 함께 이야기를 해야 해. 아이들의 의견을 들으면서 스스로의 책임을 깨닫고 살아가도록 돕고 뒷받침해야지. 마구잡이로 안 된다고 하면 아이들은 도망가 버리지. 그렇게 되면 가족 간에 거리가 생기고, 가족이 자꾸 분리되는 거야.”

- 이런 갈등이 비단 세대 간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변화를 맞닥뜨리니까 자꾸 권력이나 힘으로 누르게 되지. 그러다보니 민주화를 역행하고 인권을 누르는 거야. 국가 차원에서나 인간관계에서나 다 마찬가지지. 언론에서는 새로운 문제가 나올 때마다 해결책 없이 보도하기에 바빠. 이제는 문제만을 보도하기보다는 정부와 부모, 학교 차원에서 젊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해결책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해. 이슈를 터뜨려서 논쟁을 하도록 해야 해. 세대 간에 지혜롭게 해결한 긍정적인 사례를 보도해서 희망과 방향을 제시해야지. 여성문제, 가족문제도 마찬가지야.”

- 급변하는 가족문제에서는 제도 특히 법의 변화하는 속도가 느린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가족이 달라졌는데 우리 가족법이나 친족법을 보면 현실과 거리가 있어. 그동안 여성들이 쟁취한 가족법 개정이나 호주제 폐지만으로 가부장제와 관습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지. 미래지향적인 것은 “평등가족·열린가족”인데. 정책이나 사법제도상 포함되지 않은 사람들은 사각지대로 밀려나. 혼인이 복잡해지니까 가족문제가 보통 복잡한 게 아니야. 더구나 한반도에는 분단, 이산가족 문제까지 더해져서 아주 복잡해. 이미 이런 문제들이 가시화되고 있지.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은 우리 법이 너무 좁다는 거야. 현행법상으로는 혼인이라는 게 이성 간의 혼인이잖아. 동성 간의 혼인이나 독신자들끼리 파트너로 사는 것은 국가적으로 통계를 잡을 수가 없어. 이렇게 복잡한 혼인관계에서 태어난 자녀의 위치는 또 어떠한가. 대리모 문제, 인공수정 등도 마찬가지지.”

 

주말등산과 걷기로 건강관리를 했으나, 요즘은 걷기 힘들어졌다는 이이효재 선생은 앞으로의 세대는 환갑을 2번 지낼 것이라며 건강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주말등산과 걷기로 건강관리를 했으나, 요즘은 걷기 힘들어졌다는 이이효재 선생은 앞으로의 세대는 환갑을 2번 지낼 것이라며 건강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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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 급변하는 세태를 느끼신 예가 있으신지요.

“허수경씨 같은 경우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역사적인 사건이야. 인공수정이 가능한 시대인데서 여성은 친자녀 갖고 싶은 욕망을 혼자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니깐. 남이 뭐라고 하든, 법에 맞든 안 맞든, 부모가 뭐라고 하든 젊은 세대는 행동하는 거야.

하지만 우리 사회는 ‘너희는 우리 국민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사각지대로 내몰거야. 젊은 세대들은 이미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데 기성세대는 느끼지도 않고 보지도 않고 있어.

계급에만 양극화가 있는 게 아니야. 모든 분야가 양극화되고 있어. 혼외 자식들, 소위 애비 없는 자식들, 비합법적인 자식들이 많이 나올 거야. 기성세대들이 앞서서 제도를 개혁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통합시키는 노력을 지금부터 해야 해.”

- 아직 우리 사회가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변화의 성과가 있을까요. 희망을 보십니까.

“젊은 남성들이나 할아버지가 자녀 양육에 참여하는 걸 보면 많이 달라졌어. 남성들의 권위나 공세적인 것이 많이 변했구나 느껴. 아버지 역할을 통해 약자와 어린 생명을 돌보는 것을 배우는 거지.

사랑의 능력이 모성뿐만 아니라 부성에도 있어. 이걸 깨치면 전쟁보다는 평화를 부르짖을 수밖에 없어. 생태를 살리자고 할 수밖에 없지. 그래서 나는 희망이 있다고 봐. ‘가족이란 무엇인가?’ ‘혼인이란 무엇인가?’ 등 이제부터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해야 해.

대학의 전문가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지. 평등 가족만이 아니라 열린 가족이 돼야 하기에 심각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것이지.”

“온라인 활용해 가치관 전수, 연대성 확보를”

- 우리 사회에 여성 지도자들도 많이 나오고, 기반을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우수한 인재들이 자기 분야에서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국가적인 입장에서 지도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성 지도자는 부족해. 좀 더 세계와 민족의 앞날을 내다보면서 큰소리를 낼 수 있는 지성인이 아직 없어. 여성운동을 통해 여성들이 이제 겨우 자신 삶의 주인이 됐어.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당하게 굴어. 하지만 미래를 위한 인간세계, 한반도와 우리 민족, 우리 사회를 위해 주위 사람들을 깨우치면서 함께 이끌어가는 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안 보여. 아무리 세계화가 되어도 우리는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 땅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내야 해. 어디까지나 한반도 사람이라는 내 주권의식을 확실히 해야 해. 그런데 지식층 여성들이 역사의식이나 민족의식이 약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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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북한 어린이 위해 목도리·모자 뜨며 지낼거야”

-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고, 북한 정권의 3대 세습으로 인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분단사회학자로서 요즘 남북한 문제와 통일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올해가 국치 100년, 분단 60년이야. 헌데 지금 한·미 동맹정책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한반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심상찮아. 10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 같아. 지난 10년 동안 남북의 양 지도자가 만나 악수하는 모습에서 동북아에 평화의 희망을 보여줌으로써 나는 민족의 긍지를 느낄 수 있었지. 미래 지향적이고 균형 있는 외교관계의 감각을 지닌 유능한 인재들이 앞장서 미래를 위해 지혜롭게 국제정책을 발전시켜야지. 이 기회를 놓치면 남쪽은 홍콩처럼 되고 북쪽은 중국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



- 통일 문제에서 여성들이 할 일은 뭐가 있을까요. 남북 여성들이 뭔가 함께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요.



“과거 북한 여성들과 몇 차례 모임을 가졌었지. 주제가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이었지. 만나고 보니 일제하에 우리가 당한 정신대 문제가 먼저 떠오른 데서 민족적 연대를 자연스럽게 느꼈어. 그러나 미래를 위해 평화통일이나 가부장제 문화의 극복을 위한 대화는 안 통하는 거야. 정치체제가 가로막는 거야. 여성들은 장기적인 대응을 위해 준비하는 수밖에 없지.



우리 여성들이 자기 삶과 사회, 역사의 주인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겨우 자기 삶을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지. 시대가 요구하는 철학이나 사상의 소양을 지닌 지성인이 필요해. 더욱이 깊은 역사인식을 위해 우리 현대사와 분단 사회에 대한 연구와 인간역사에 대한 넓은 지식이 요구되지.



요즘 내 입장에서는 기도밖에 할 수 없어. ‘남북이 화해하여 평화통일 이루자’라고 아침저녁으로 100번씩 기도해. 평화통일에 대한 부정적 의식보다 희망 있는 긍정적 의식과 힘을 키워 나가면 언젠가는 긍정적으로 변할 테지요. 과거 우리 여성들은 동학이나 민중종교에서 좋은 주문을 많이 되뇌었지. ‘남북이 화해하여 평화통일 이루자’가 오늘의 주문이 되었으면 해.”



-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관은 무엇일까요.



“지금까지의 화두가 여성이었다면 이제는 인간이야. 생명에 대한 존경과 사랑, 평화, 자유, 정의, 인권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관이지. 이런 가치관을 젊은 세대들에게 전달하고 깨우치기 위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야 해.



나는 컴맹이어서 이 분야에 대해 알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 글을 통해서 알게 됐지. ‘온라인 한국이 민주주의의 학습장이자 해방구’라는 말이 있잖아. 소셜미디어와 온라인을 통해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여성들의 지성을 깨우칠 수 있겠지. 인터넷 카페를 통한 사회 연대를 만들 수 있다지. 연대를 통해 긍정적인 의식과 능력을 길러 생명을 살리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해.”



-기적의 도서관 운동 등 진해에 내려오셔서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1997년 진해에 내려왔어. 직업 군인이 많은 도시라 많이 보수적이더라고. 여성운동 단체는 YWCA 하나밖에 없었어. 지금은 여성의전화도 생겨 성폭력 상담도 하고 있지.



청소년들은 문화욕구가 높은데 이들을 위한 문화기관이나 행사가 아무것도 없는 거야. 마음이 아프더라고. 우리 연구소에서는 경남대 교수들과 함께 진해시 정책제안을 위한 사회조사 연구들을 했지. 그래서 정책 제안을 시작했고 진해시에 여성정책위원회가 생겨나 여성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했지.



그러던 중에 기적의 도서관 건립을 위한 MBC 느낌표가 나오는 거야. 여성·문화·사회단체들이 진해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여 기적의 도서관 건립을 위해 유치 작전을 폈고, 성공해 아름다운 어린이 도서관을 시작할 수 있었어. 도서관 기능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할 수 있었지.”



- 기적의 도서관이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했습니까.



“어린이 도서관이 부모들이 함께 참여하는 도서관이 됐어. 어머니들이 자원봉사자로서 어린이들의 독서를 돕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활발하게 활동했지. 우리 아이들을 위한 여성들의 역할은 소외당한 어린이들을 위한 찾아가는 독서 프로그램까지 개발했어.



도서관이 지역사회에 변화를 가져온 문화센터가 되었어.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여성이 처음으로 시의원에 당선되었으며 여야 비례대표 한 명씩 합쳐 3명이 시의회에 진출한 결과를 나타냈어.”



통일 문제에 대해 가장 안타까워한 이이효재 선생은 올 겨울 북한 아이들에게 보낼 목도리와 모자를 뜨며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아이들이 올 겨울 추위를 이길 수 있도록 사랑을 담아 여성들이 모여 뜨개질을 하는 것 자체가 통일운동이며 생명운동이라고 말하는 그는 “여성운동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은 생활 속 기층의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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