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스웨덴에서 날아온 ‘해적’ 아멜리아 앤더스도터(23) 의원을 서울 성산동 시민공간 나루에서 만났다. 프랑스 내 총파업으로 하루 늦게 한국에 도착한 앤더스도터 의원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기자 간담회 장소를 찾았다. 이번 그의 방한은 정보공유연대와 진보넷 등 국내 정보인권단체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앤더스도터 의원은 2006년 스웨덴에서 창당된 ‘해적당(Pirate Party)’이라는 정식 정당 소속의 유럽의회 의원이다. 스웨덴 정부가 2005년 7월 인터넷상에서 저작권이 있는 자료를 허가 없이 내려 받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 계기가 됐다. 2006년 스웨덴 총선에 출마해 0.62%의 득표율을 얻었고 불과 3년 만에 유럽의회 선거에서 7.13%나 득표하며 2석을 차지하게 됐다. ‘해적(pirate)’은 인터넷상에서의 영화나 음악 파일을 무료로 내려 받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해적당은 이런 ‘해적질’ 합법화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와 함께 저작권법의 전면적 개정, 특허 철폐 등을 주장한다.
스웨덴 룬드대학에 재학 중이던 앤더스도터 의원은 대학생 신분으로 2009년 유럽의회 의원으로 당선됐다. 그는 자퇴를 무릅쓰고 유럽의회에 진출한 목적에 대해 “저작권과 국제특허권 법 개정을 위해서는 사회운동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 문제는 특정 국가를 넘어 국제적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작권이 있어야 창작자에게 보상이 가능하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며 “창작물의 가치를 만든 작가가 아닌 이용하는 사람이 평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인터넷 기술과 인프라 수준이 세계 최고이고 정보 접근성도 높다. 한국 정부가 법적으로 정보의 사용을 더욱 활발히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길 희망한다.”
앤더스도터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토크쇼, 강연, 대학 세미나 등 닷새간의 공식 일정을 마치고 22일 출국했지만 그가 IT 강국 한국에 남긴 메시지는 강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