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 등 빈곤·분쟁지역 일상 기록한 120여 점 선보여
이번 전시에는 박노해씨가 그 지역의 문화와 역사, 노동과 저항, 고유한 살림살이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촬영한 120여 점의 흑백사진이 전시됐다. 모든 사진은 35㎜ 필름을 사용하는 수동식 흑백필름 카메라로만 작업한 흑백사진이다. 작가는 “관람객과 사진과의 거리가 나와 피사체의 거리와 같았다. 이렇게 작업 조건의 한계를 둔 것은 그만큼 그들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 노력의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시인의 사진 속 여성들은 아무리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울부짖거나 고통에 몸부림치지 않는다. 빈곤과 재해 그리고 독재와 전쟁의 참혹한 상황에서도 삶을 일으켜 세우는 강인함과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살아가는 자부심이 엿보인다. 에티오피아의 아침을 여는 분나 세리머니(커피를 나눠 마시는 의식)를 주관하는 어머니, 손녀에게만은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인도의 할머니, 전후의 참혹한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은 베트남 여인. 이들 모든 여성에게서는 대자연에 맞서며 생을 개척하는 주체자로서의 당당함과 일가를 이루고 꾸려온 어머니의 기품이 느껴진다.
박노해씨는 “폐허 속에서도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 인간으로서의 위엄을 보이는 것은 언제나 여성이었다. 아이들을 살리고 다시 삶을 일구는 그들에게 크나큰 경외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전시장에 걸린 120편의 사진을 비롯한 160점의 작품은 그의 첫 사진집 ‘나 거기에 그들처럼’(느린걸음 출판사)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작가가 한편 한편 직접 쓴 시와 같은 사진 캡션은 현지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이해를 도우며 사진에 대한 사유의 화두를 던진다.
전시는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본관에서 열린다. 21일 오후 6시 30분에는 작가와의 대화 시간도 마련돼 있다. 문의 02-734-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