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복지 기준선’ 만들게요”
“시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복지 기준선’ 만들게요”
  •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10.08 10:45
  • 수정 2010-10-08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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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수련관’ 된 청소년수련관…인프라보다 시설 활용도 높여야
민선 5기 서울시와 제8대 서울시의회가 8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주요 정책을 놓고 벌여온 양측의 갈등도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4일 오후 서울시의원회관에서 만난 조규영(45·민주당) 보건복지위원장은 세간의 우려를 염두에 둔 듯 “집행부와 의회로선 당연하고 정상적인 관계”라며 “한강르네상스나 디자인서울은 갈등이 있지만 복지·일자리 사업은 굉장히 좋은 파트너십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8대 시의회에서 유일한 여성 상임위원장이다. 위원장실 내 회의 공간도 여느 관공서와 달랐다. ‘권위’ 혹은 ‘보수’의 상징인 검정 소파와 낮은 테이블 대신 이동식 탁자와 회의용 탁자가 눈에 띄었다. “보건복지위에 휠체어를 사용하는 의원이 두 분 계신다. 눈높이를 맞춰 불편 없이 대화하기 위해 바꿨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스로를 ‘복지주의자’로 지칭하는 조 위원장은 7대 시의회에 비례대표로 나온 후 6·2지방선거에서 구로2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시민 누구나 피부로 체감하는 복지와 결합된 성장’이 그가 지향하는 서울시의 모습이다.

조 위원장은 지난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로부터 ‘2010 매니페스토(지방선거 부문) 약속대상’을 받았다. 의정활동 계획서가 그만큼 짜임새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저런 다양한 공약을 내지 않았다. 구로와 서울시민의 복지 향상이 내가 내건 타이틀이다. 조례 개정, 예산 확보, 시설 건립 등이 궤(軌)를 같이 하고 실행 계획도 구체적이라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그는 “서울시민들의 복지 기준선을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공적부조는 전 국민이 같은 기준에 따라 급여가 지급된다. 지자체마다, 도시와 농촌에 따라, 삶의 형태에 따라 동일한 급여로 최저생활이 보장돼선 안 되지 않으냐는 것이다. “서울은 지방보다 주거비가 훨씬 더 많이 든다. 서울시 복지 기준선을 정하고 국가 기준선과의 차액을 어떻게 지원할지 연구 중이다. 사회복지시설들의 다양한 급여 편차도 조정해 나갈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 사회적기업 육성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그는 “이제는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보다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기업의 경우 경쟁력 있는 생산품을 우선 구매하는 인큐베이팅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서울시가 청년 구직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조 위원장은 서울시 복지정책에 대해 “큰 그림이 없다. 작은 그림 몇 개도 진정성이 없다”고 혹평했다. 서울시의 사회복지 예산은 4조5000억여원인데 대부분이 중앙정부 사업에 대한 전달체계거나 매칭사업이라는 것이다.

“서울형 복지도 마찬가지다. 희망드림프로젝트가 민간 후원을 결합해서 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길거리 다녀보면 온통 서울시 사업으로 홍보한다. 기업은 잘 홍보해줘야 후원이 지속되는데, 싹 묻혀 확대가 안 되고 있다. 기획은 좋은데 오세훈 시장의 사업임을 홍보하려다 발목이 잡힌 셈이다. 로또식으로 당첨되는 사람만 혜택을 보고 있다.”

조 위원장은 “서울형 어린이집은 민간어린이집을 국공립 수준으로 높이는 것인데 실제는 국공립 어린이집의 80%가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지정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상급식, 무상보육 같은 ‘보편적 복지’를 거듭 강조했다. 또 “여행(女幸)프로젝트에서 여성의 권익 향상과 관련된 정책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시의회 민주당 재정분석 태스크포스팀장을 지낸 그는 “서울시 복지예산에 복지관 건립 등 건설·토목 분야가 상당수 포진해 있다”며 “청소년수련관 30여 곳이 일명 아줌마수련관으로 불린다. 청소년 없는 아줌마들만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회관은 지어놓고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는다. 시설 활용도가 떨어지고, 시설 간 네트워크도 없다. 인프라보다 구체적인 활용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건물보다 사람에게 투자하는 복지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사회사업학과 85학번인 조 위원장은 졸업 후 안산 반월공단에 탁아운동을 하던 동료들과 함께 ‘진달래동산’ 탁아소를 세웠다. 대학 2학년 때 구속된 후 아버지가 강제 휴학을 시키는 바람에 탁아 현장에 진출하게 됐다고 한다. 17년간 사회복지사로 현장에서 활동했다.

조 위원장은 “여성들의 가치와 경험, 시각이 필요한 변화의 지점이 많다”며 “광역·기초의회에 더 많이 진출해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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