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유비의 경쟁력
삼국지 유비의 경쟁력
  • 문용린 / 서울대 교수(교육학), 전 교육부 장관
  • 승인 2010.08.27 15:04
  • 수정 2010-08-27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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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 리더십‘인간친화력’이 승자된 비결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사람은 본능적으로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을 의식하도록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러한 도덕감정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절실한 요구에 대해 반응하지 않으면 스스로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그런 요구에 반응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도덕감정은 바로 인간친화력의 뿌리다.

인간친화력이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잘 헤아리고 그들의 행동을 해석하는 능력을 말한다. 즉 다른 사람의 기분과 감정을 인식, 자신의 행동을 조절해 진지한 인간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게 하는 능력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돈은 많이 벌었지만 곁에 사람이 없어 외로운 사람, 똑똑하지만 인정머리가 없어 함께하기 싫은 사람이 많다. 반면 어딜 가도 기분 좋은 에너지를 내어 주변에 항상 사람이 모이는 이가 있다. 바로 인간친화력이 높은 사람들로, 이들은 종국에 행복한 리더로 자리 잡는다. 사람 대 사람으로 관계를 만들고, 업무조차 마음으로 주고받아 생활을 더욱 활기차게 하는 사람들이다.

흔히 돈이나 권력이 있으면 사람이 주변에 모인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재력과 권력이 사라지면 모였던 사람들도 함께 사라진다. 반면 남에 대한 배려와 덕으로 사람을 모은 사람은 재력이나 권력이 없다 하더라도 항상 따르는 이가 많게 마련이다.

인생을 살면서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필독서로 꼽히는 ‘삼국지(三國志)’에는 조조,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손견, 손권 등 수많은 영웅호걸이 나온다. 삼국지에서 최고의 능력자는 조조다. 머리가 좋을 뿐만 아니라, 결단력도 좋아 삼국 중 그가 세운 위나라가 가장 강력한 위세를 떨친다.

하지만 사람들은 삼국지 최고의 리더로 조조를 칭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골 서생에 불과했던 유비를 최고의 리더로 꼽는다. 사실 유비는 재력도 없었고, 전투를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전쟁에서 꼭 필요한 결단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개인적인 허점도 많아 위험에 빠진 적도 많다. 즉, 능력 자체로만 보면 유비는 리더 감이 아니다. 더군다나 일국의 왕 감은 더욱 아닌 사람이다. 능력으로 봐선 오히려 조조가 리더 감이다.

싸움도 못하고, 재력도 없고, 결단력도 없고, 허점이 많은 인간이지만 유비에게는 조조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있었다. 바로 인간친화력이었다. 그만이 가진 인간친화력을 바탕으로 삼고초려(三顧草廬)해 당대 최고의 지략가였던 제갈량을 얻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라. 일국의 왕인 사람이, 아무리 뛰어난 지략가라 한들 산에 사는 사람을 만나려고 세 번씩이나 발걸음을 할 수 있겠는가. 친화력 덕분에 그의 주변에는 인재가 모였고, 충성을 다했다. 유비현덕은 바로 이 인간친화력 하나로 승자가 될 수 있었다. 그의 친화력의 핵심은 남을 배려하고, 그를 위해 희생하고,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며, 형제애를 진하게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에게 가까이 간 사람은 그와 정적인 유대감으로 단단히 연결됐다.

물론 유비의 일화는 소설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남을 배려하거나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바보 같은 행동으로 여겨지기도 하나, 결국 이런 친화력의 소유자가 더 바람직한 사람인 것만은 동일하다.

시대가 바뀌면 그에 따른 인재상도 변한다. 현대사회는 정보의 홍수 시대라고 할 만큼 쉽게 지식을 취할 수 있다. 그래서 과거 인재들의 필수 조건이던 지식이 더는 최고의 무기가 아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으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바람직한 인간친화력은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

과학이 발달할수록 지식 습득은 더 쉬워질 것이 뻔하다. 시간이 갈수록 지금보다 과학 기술이 더 발달할 것이고, 지식의 습득 채널도 훨씬 많아질 것이다. 시대가 그렇게 바뀌면 지식보다 리더십, 인간미, 배려, 공동체 의식 등의 인간친화적인 인성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우리 사회는 벌써부터 인간친화력의 빈곤과 부재의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로 높은 자살률은 그 대표적 증상이다. 점증하는 학교폭력,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 등은 이런 도덕감정과 인간친화력의 고갈 증상을 시사한다.

대기업 신입사원 공채 기준이 명문대 중심도 아니고 토플이나 토익 점수도 아닌 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즉 학력이나 성적보다 조직에서의 조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같은 인성이 채용 기준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출세와 성공엔 “공부 잘하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우리들 속에는 깊게 뿌리 박혀 있다. 그러나 사회는 벌써 바뀌고 있다. 도덕적 인성과 품성, 그리고 인간 친화력이 겸비되지 않은 우수한 능력은 위험하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벌써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인재의 조건은 유능성과 창의성에만 있지 않고, 남을 배려하고, 남과 함께 어울릴 수 있고, 남의 신뢰를 받는 인성 특징, 즉 인간친화력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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