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리 넬슨 박사 “성희롱은 권력 남용…커리어에 치명적이다”
오드리 넬슨 박사 “성희롱은 권력 남용…커리어에 치명적이다”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0.08.27 11:45
  • 수정 2010-08-27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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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존중 첫 대상은 어머니…가해자·어머니 관계 궁금해”
한국에도 美 EEOC 같은 강력한 성희롱 고발·해결 기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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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어떤 사람이 부적절한 성희롱이나 여성 비하 발언을 했을 때 미국 사회에선 이렇게들 말한다. ‘저건 (소송에 걸리면) 얼마짜리일까’라고. 정부나 기업 입장에선 이런 문제의 남성이 부채이자 부담이다. 한국 사회의 경우 더 많은 그리고 더 엄밀한 법이 생겨나 여성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미국 정부기구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가 하는 것처럼 말이다.”

젠더 커뮤니케이션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의 오드리 넬슨(61·사진) 박사가 최근 주한 미 대사관의 초청으로 방한,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경북여성정책개발원 등에서의 특강을 통해 한국 여성들과 만났다. 출국 직전인 8월 20일 주한 미 대사관 자료정보센터에서의 전문직여성클럽(BPW) 한국연맹의 초청 강연에 앞서 그를 만났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최근 정계의 핫 이슈가 되고 있는 남성 정치인의 성희롱 행태에 대한 얘기로 흘러갔다. 그는 최근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정치인의 성희롱에 대해선 조직 차원의 엄중한 제재 조치가 따라야 하고 이를 통해 성희롱이 자신의 커리어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미국에서도 성희롱 사건은 다반사로 일어난다. 그러나 한국과의 차이점은 가해자가 자신의 언행으로 인해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본다는 점이다.”

넬슨 박사에 따르면 성희롱 문제는 미국에서도 새삼스러울 게 없다. 정치인이나 주요 기업 임원의 성희롱 논란이 거의 매일 신문에 실릴 정도라는 것. 그가 한국으로 오기 몇 주 전에도 한 세계적 대기업의 고위 임원이 여직원을 성희롱, 이사회로부터 사퇴 권유를 받았고, 이에 따른 소송에 휘말리기 싫었던 기업은 재판 전 합의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합의 조건 중 하나가 사건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문제의 임원과 여직원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영원히 묻히게 됐다.

“이것은 권력의 문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성희롱은 권력을 남용하는 데서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발언이나 행동을 하는 남성들은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궁금하다. 이런 남성들을 키워낸 어머니는 어떤 사람일까. 남성이 여성에 대한 존중심을 처음으로 배우는 대상이 바로 어머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성희롱 피해 여성이 당하는 가장 큰 고통은 무엇일까.

“상당히 당황스럽기도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성희롱 대상이 된 여성은 조직생활에서 발휘할 수 있는 파워가 상당히 약해질 수밖에 없다. 어떤 여성이든 조직에선 일로 칭찬받고 싶지 ‘예쁘다’는 말로 칭찬받고 싶진 않을 것이다.”

넬슨 박사는 특히 고위직 여성이 은연 중 당하는 차별을 꼬집었다. 가령 중요 회의가 열릴 때 여성 임원을 부르는 것을 잊고 넘어가버리거나 프로젝트를 이끄는 팀장이 여성인 경우 프로젝트에 대해 여성 팀장에게 묻기보다는 그를 보좌하는 남성 부팀장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미국에서도 종종 벌어지곤 한다.

“이런 것들은 미시적이고 사소한 차별 사례들이지만 동시에 직장에서 매일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이다.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직장문화를 만들고 여성의 자신감을 깎아버리는 것이다.”

오드리 넬슨 박사는 콜로라도대 커뮤니케이션과 교수 출신으로 30년 전 ‘여성과 커뮤니케이션연구회’를 공동 설립해 회장을 역임했다. 국무부 해병대 전미소송변호사협회 등 미국 내 48개 주 및 호주, 영국, 캐나다 등지의 다양한 기관과 HP, IBM, AT&T, 펜탁스, 존슨앤드존슨 등 미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50대 기업을 대상으로 30여 년간 분쟁 해결, 대인 관계, 성희롱·성차별, 커뮤니케이션 기술 등을 트레이닝하고 컨설팅해 왔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등 6개 국어로 번역 소개된 ‘오해의 심리학’, 최근 출간한 ‘코드 바꾸기: 남자들이 경청하게 하기 위해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등이 있다.  

“최고의 커뮤니케이션은 쌍방향 대화”라는 넬슨 박사는 “평생 소원은 내가 죽기 전 미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오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열렬한 페미니스트다.

넬슨 박사는 70년대 초 대학생 시절 BPW로부터 2000달러를 지원 받아 학업에 큰 도움을 받은 적이 있고 후에 BPW가 선정한 ‘올해의 여성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BPW와의 인연이 각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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