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기가 두렵다”

의료 행위인 것처럼 속여 행해지는 성추행은 다반사다. 지난 7월 전북 전주에서는 운동 도중 허리를 다친 여고생에게 의사 신모씨가 척추 부상으로 틀어진 가슴도 함께 교정해야 한다며 13차례에 걸쳐 성추행을 저질러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2008년 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 의사는 상담을 핑계로 가슴을 더듬고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등의 성추행으로 7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2007년에도 한의사가 가슴을 지압한다며 여성 환자를 성추행해 벌금형을 받은 사건도 있다. 2003년 서울에서는 교통사고로 입원한 20대 여성 2명에게 의사 김모씨가 새벽 2시에 입원실로 들어가 환자를 깨운 뒤 진료 중인 것처럼 복부를 손으로 누르고 속옷 하의를 반쯤 내리는 등의 성추행을 저질러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의료성추행이라는 말조차 낯설던 1996년 5월 거제에서 30대 초반의 주부 최모씨가 복통증세를 진찰하겠다는 의사에 의해 진료대에 뉘여 성추행 당한 사건이 있었다. 사건은 국내에선 처음으로 이슈화된 의료 성추행 사건(여성신문 479호 보도)으로 기록되는데, 의사 정모씨는 피해자의 성기에 손가락을 넣고, 입을 갖다 대는 등의 성추행을 저질러 고발당했지만 무죄판결을 받아 논란이 됐었다. 이에 사건 초기부터 피해 여성을 지원했던 경남여성회 부설 성·가족상담소를 중심으로 지역 여성단체들이 연대해 판결에 항의하는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사건 관련 자료집도 출간해 의료성폭행의 심각성을 환기시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