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국회 본회의를 통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통과된 바 있다. 몇 가지 항목을 제외하고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에서 사실상 친고죄를 폐지하고, 피해 아동이 성년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이는 그동안 반(反) 성폭력 운동 진영에서 요구한 법안들이 통과된 것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전자발찌 제도, 성충동 약물치료법 등 최근까지 이어지는 성폭력 관련 대책을 보자면 아동을 요보호 대상으로 인식, 약자에 대한 보호 차원과 가해자 처벌 강화로 접근하는 논의들이 있을 뿐 우리 사회 성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으로는 부족하다. 또한 지금처럼 아동·청소년만을 보호해야 하는 존재로 강조하며 예외로 두는 것은 ‘무성적이고 취약한 아동·청소년’과 ‘성적 대상인 성인 여성’을 구별하게 만든다는 우려가 있다.

현재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의 대부분은 피해자의 ‘사생활’과 ‘명예’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를 가진 친고죄로 유지되고 있다. 성폭력이 5대 강력 범죄 중 하나임에도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의지를 가지고 고소를 해야 수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성폭력 사건의 신고율은 7.1%이며 이 중 기소율은 약 40%, 기소된 사건 중에서도 실형이 판결되는 것은 20%에 불과하다. 여전히 성폭력이 ‘정조’에 관한 것으로 이해되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성폭력은 참을 수 없는 성욕 때문이라는 뿌리 깊은 편견, 죽을 각오로 저항해야 한다는 생각, 여성의 ‘no’는 진짜 ‘no’가 아니라거나 술에 취하면 ‘그럴 수도 있다’는 통념 등은 피해자 스스로가 본인이 피해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주변인들도 같은 통념을 공유하고 있는 경우 피해 사실을 드러내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현행 형법상의 친고죄 조항 역시 성폭력 피해 사실이 ‘부끄러운’ 일이며, 성폭력(‘사생활’)을 드러내는 것이 피해자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인식에 기반 해 존재하는 것이다.

설령 성인 피해자가 고소를 결심했다 하더라도 어려움은 남아있다. 수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피해가 있었던 사실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같이 술을 마셨는지, 왜 죽을힘을 다해 도망가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 항변해야만 한다. 집에 강도가 들어 신고를 했다고 해서 피해자에게 왜 문을 잠그지 않았는지, 왜 금품을 안이하게 보관했는지를 질문하는가· 문이 열려 있어서 그냥 들어가 보았다는 가해자의 주장이 왜 무죄의 증거로 반영되는가· 가해자가 본인의 무죄를 주장해야 하는 다른 범죄와는 다르게 성폭력 사건에 있어서 유독 피해자에게 범죄 입증의 책임을 부여한다. 이렇게 수사 과정이 지난할 때, 친고죄 조항은 고소 진행을 망설이게 만드는 조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심지어 가해자 측에서는 변호사나 가족, 주변인까지 동원해 지속적인 회유와 협박을 하며 합의를 종용하기도 한다. 네가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쳤다거나 ‘꽃뱀’이 아니냐는 등의 언행, 명예훼손과 무고죄로 고소하겠다는 협박과 실제 고소를 하는 경우 등의 상황은 피해자에게 처벌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게 만들고, 고소 진행을 포기하게 만든다.

성에 대한 왜곡되고 차별적인 문화로 인해 발생하는 성폭력은 친고죄 규정에 의해 그 편견을 공고히하고 있다.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조항이 되레 피해자 개인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셈이다. 성폭력이 사회구조적인 문제이며 우리 사회 성인식 변화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아동·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대상의 피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비친고죄 조항의 적용 대상을 성인에게까지 확대하는 것이야말로 성폭력이 개인적인 문제 또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중대한 범죄임을 사회적으로 인식시키고, 아동·청소년과 성인을 모두 포함하는 성폭력 대책 마련의 초석을 다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임기응변식 강경 처벌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대책 마련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성폭력의 비친고죄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김다미/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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