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 ‘마릴린 먼로의 삶과 죽음’ 연출한 조최효정 감독
“당신은 이런 여자가 되어야 해! 결코 땀 흘리지 않고, 욕하지 않고, 돈 얘기 하지 않고, 손이 거칠어지지 않고, 배도 뚱뚱해지지 않고, 부엌 냄새도 나지 않고, 다리가 붓도록 걸어다니지 않아도 되는 여자. 웃으며 침묵하며 언제나 원하는 여자!”(‘마릴린 먼로의 삶과 죽음’ 중)
섹스심벌이자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1926∼62). 그녀의 일생을 남자 배우들의 연기로 극화한 연극이 대학로 소극장 무대에 올라 화제를 낳았다. 연극 ‘마릴린 먼로의 삶과 죽음’(극단 여행자)을 기획한 연출가 조최효정(32)씨는 “스타에 대한 문화산업의 폭력적인 메커니즘뿐 아니라 관객집단이 만들어내는 신화와 그 신화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라고 공연을 소개했다.
3∼1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린 이 공연은 연일 만원사례를 낳았다. 기자가 공연을 관람하러 간 9일에도 보조석을 구하지 못해 대기번호를 받고 애태우며 기다리는 관객들을 볼 수 있었다.
“첫 단독 연출을 맡은 연극인데 분에 넘치는 관심과 애정을 주셔서 감사하다. 원작에는 3~4명의 여배우들이 마릴린 먼로를 분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진짜 먼로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해 ‘남성 마릴린 먼로’로 차별화해 승부수를 걸었는데 좋은 효과를 거둔 것 같다.”
연극 ‘마릴린 먼로의 삶과 죽음’에는 10명의 남자 배우가 출연했다. 여성성의 상징이자 세기의 연인이었던 먼로가 콧수염을 달고 육중한 몸뚱이를 지닌 남자로 그려졌다.
그는 “10 명의 남자배우들이 모두 여장을 하고 대학로를 활보하거나 남자들과 단체 미팅을 했다. 일종의 역할극이었던 셈인데 처음엔 어색해하던 배우들이 여성의 본질과 사회가 만든 여성의 이미지에 대해 이해하면서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왔다”는 후일담을 들려줬다.
연극은 1971년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초연돼 영국·미국·스웨덴 등에서 큰 성공을 거둔 희곡 ‘마릴린 먼로의 삶과 죽음’이 원작이다.
숙명여대 김미란 교수의 번역(2006)’을 통해 원작자 게를린드 라이스하겐(1926~)에 대해 흥미를 갖게 됐다.
그는 “먼로의 마지막 대사인 ‘그대들 끝까지 이겨내요’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신은 대중에 의해 정체성을 잃고 무너졌지만 ‘여러분은 끝까지 이겨내 자신의 삶을 찾으라’는 말이 마치 나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고 말했다.
“연출자는 연극뿐 아니라 사람에게 관심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삐딱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연민을 가질 수 있는 연출자로 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