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첫 히말라야 14좌 완등’ 등정기 출간 준비 중인 산악인 오은선씨
‘여성 첫 히말라야 14좌 완등’ 등정기 출간 준비 중인 산악인 오은선씨
  •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06.25 14:36
  • 수정 2010-06-25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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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에선 마음이 몸보다 한 발짝 뒤라야 편안”
“독신주의자는 아니지만 결혼은 아직…. 8000m 고봉선 평정심이 가장 중요”

 

산악인 오은선씨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신문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 지도자상’을 받은 것이 큰 힘이 됐다”며 “여성들의 격려와 지지가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산악인 오은선씨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신문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여성 지도자상’을 받은 것이 큰 힘이 됐다”며 “여성들의 격려와 지지가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고봉 14좌를 완등한 여성’.

거창한 수식어 때문인지 산악인 오은선(44·블랙야크 이사)씨를 직접 만나기 전까지 기자에게 그녀의 이미지는 ‘철의 여인’이었다. 만년설로 뒤덮인 고봉이 끝없이 이어지는 히말라야는 ‘하늘과 맞닿은 세계의 지붕’이다. 수많은 산악인들의 목숨을 앗아간 히말라야 14좌는 오랜 세월 동안 남성들의 영역이었다. 그 벽을 넘은 오은선이 ‘철녀’처럼 느껴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서울 강남구의 한 커피숍에서 얼그레이 차를 앞에 놓고 최근 만난 오씨는 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법한 평범한 여성이었다. 키 155㎝, 몸무게 50㎏. 자그마한 체구에 눈가에 ‘미소주름’을 지으며 활짝 웃는 그녀는 푸근하고 부드러운 ‘여성’이었다.

6월 말부터 일정 접고 칩거

산악 인생 담은 책 연말 출간

큰 산을 넘었으니 이제 인생의 안나푸르나를 오를 차례다.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 이야기부터 꺼냈다. 이 회장은 지난 3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14좌 완등 기념보고회’에서 “안나푸르나 정상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처녀의 모습에 감동했다”며 “오은선을 시집보내는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자”고 했다.

오씨는 파안대소하더니 “말씀만 그렇지, 남자를 소개시켜준 분은 없다”고 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요. 독신주의자는 아니에요. 대학동기, 친구들도 많아요. 연인 느낌이 드는 남자가 없어 그렇지….” 오씨는 “요즘은 남자들이 더 다가오지 않는다. 무서운지 쩔쩔맨다”며 웃었다.

-‘산악계의 김연아’라 불리던데.

“김연아가 울겠네요. 저도 연아의 팬인데, 비교해서 응원해주니 고맙네요.”

-완등 보고회에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면서 활동하겠다’고 말했는데.

“그동안 너무 질주했어요. 주변에서 무모하다고 할 만큼 열심히 달려왔어요. 에너지를 충전한 뒤 새로운 삶에 도전할 거예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하고 싶어요.”

오씨는 연말께 자신의 산악인생과 고산 등정기를 담은 책을 낼 예정이다. “히말라야 14좌 완등 경험을 바탕으로 쓰게 될 겁니다. 그런데 일이 산적해 있어 진도가 안 나가네요. 원래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성격이라…. 6월 말부턴 아예 칩거하려고요.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초엔 책을 낼 생각입니다.”

-14좌 완등 소회를 묻지 않을 수 없다.

“1997년 가셔브룸 2봉부터 2010년 안나푸르나 완등까지 13년이 걸렸어요. 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기 위해 12개 봉은 무산소 등정을 했어요. 안나푸르나에서 유명을 달리한 지현옥 대장의 추모동판 앞에서 ‘도와달라’고 늘 기도했어요. 이번 원정대원 50명 중 털끝 하나 다친 사람이 없어요. 가족의 품에 안기는 데 성공했으니 고맙고, 행복해요.”

오씨는 “‘여자라서 안 돼’ 하는 생각은 안 했다”며 “히말라야 14좌 완등이 불가능하다고 여긴 적이 없다. 내 능력이 안 돼 못 하는 거지…. 일할 땐 머릿속에서 ‘나는 여자’라는 생각을 잊어버린다”고 말했다.

덤덤하게 말했지만, 14좌 완등이 끝없는 용기와 도전을 필요로 하는 일임은 분명하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정인 것이다. 오씨는 2004년 에베레스트(8850m) 단독 등정 땐 하산길에 탈진해 죽음의 문턱까지 가기도 했다. 지난해 다울라리기(8167m) 등정 역시 노란 위액을 쏟을 만큼 힘들었다.

“재작년 마칼루 등반 땐 8200∼8300m 지점에서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후 걸어다닐 힘이 없어 3일간 기어다녔어요. 세 번째 도전 끝에 성공하고 카트만두에서 며칠 쉬고 난 뒤 셰르파 없이 혈혈단신 로체 등반에 나섰어요. 정상을 찍고 돌아오는데 환청이 들리는 거예요. ‘침착해라’ ‘천천히, 안전하게 해라’ 나 자신을 다독였어요. 캠프에 도착했을 때 순식간에 환청이 사라지더군요.”

오씨는 “캠프3까지 내려오는데 ‘이렇게 고통스러울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더라. 극한의 체험이었다”고 했다. 인간의 신체는 8000m 이상 고봉에서 급격히 변화한다.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혹한에서 동상을 입지 않으려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선배 언니들과 에베레스트에 갔을 때 ‘손가락과 발가락을 다치면 안 된다’는 말을 수차례 들었어요. 그 말이 뇌리에 박혀 0.1초도 손가락 움직이는 걸 멈추지 않았아요. 발바닥에도 핫팩을 깔고 다녔어요.”

오씨는 “8000m 이상 등정은 늘 죽음의 그림자를 뒤에 둔다는 것”이라며 “평정심 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마음이 몸보다 앞서가는 것만큼 고역이 없다. 마음이 몸보다 한 발짝 뒤에 있을 때 가장 편안하다”는 게 오씨의 말이다.

정상에 있을 때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 자신이 해야 할 의무만 마치곤 미련 없이 돌아섰다. 신속하게 돌아오는 게 절체절명의 숙제이기 때문이다. “정상은 반환점일 뿐입니다. 오래 안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정상에 오래 머문다는 것은 리스크가 많아요. 안전하게 빨리 내려가는 게 중요하지요.”

삶과 죽음 경계 넘은 14좌 완등

“정상은 반환점일 뿐 안주 않는다”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고봉 14좌 완등에 성공한 오은선 대장이 지난 4월 27일 안나푸르나 정상에서 태극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 gabapentin generic for what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여성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고봉 14좌 완등에 성공한 오은선 대장이 지난 4월 27일 안나푸르나 정상에서 태극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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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야크 제공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 위해 그녀는 청춘을 산에 바쳤다. 공무원이란 안정된 직업도 버렸다. 대학(수원대)을 졸업하고 오씨는 서울과학교육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 1993년 대한산악연맹이 ‘여성 에베레스트 원정대’를 꾸리자 직장에 장기휴가를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사표를 던졌다. 당시 원정대장이 고 지현옥씨였다.

-부모님이 반대하진 않았나.

“‘대한산악연맹에서 보내주는 거다. 국가적인 일이다”라고 거짓말하곤 히말라야에 다녀왔지요(웃음). 원정에서 돌아온 후 부모님이 등산장비까지 내다버렸어요. 그래도 해외원정의 꿈을 버리지 못했어요. 직장을 여러 차례 옮겨다니며 돈을 모았어요. 스파게티집을 차린 적도 있어요(웃음).”

-‘최초 여성’이란 타이틀이 부담스럽지 않나.

“내가 주목받는 것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기 때문이죠. 특별한 압박감을 느끼진 않았어요. 내 앞에서 20명의 남성 산악인들이 오른 산이니까요. 기분이 ‘업’ 될 때도 있지만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나를 보는 편이에요.”

오씨와 함께 칸첸중가를 등정한 누르부 셰르파가 최근 엘리자베스 홀리(86)씨와의 인터뷰에서 “오은선은 칸첸중가 정상 수직 고도 150m 아래에서 돌아왔다”고 말해 ‘미등정 의혹’이 또다시 불거진 데 대해 오씨는 담담한 표정으로 반박했다.

“누르부는 나와 우리 스폰서에게 돈을 요구하고 있어요. 진실을 얘기하는 사람이라면 왜 돈을 달라고 할까요.” 오씨는 에두르네 파사반, 누르부가 한 자리에서 토론할 것을 홀리씨 측에 제안해둔 상태다. 칸첸중가 미등정 의혹을 제기한 파사반은 오씨와 ‘여성 최초 14좌 완등 경쟁’을 벌인 스페인 산악인이다.

이제 새로운 출발점에 선 오씨는 “앞으로 내 인생에 어떤 도전이 기다릴지 모르겠다”고 했다. “계속 꿈을 꾸고 열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요. 남은 인생에서 8000m 이상 고봉은 한두 번밖에 못 오를 수 있어요. 하지만 평생 늙어 죽을 때까지 산을 오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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