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2무, 조 2위를 사수하라

6월은 축구로 뜨거운 2010남아공월드컵의 시즌이다. “대~한 민국!!!”을 외치며 모두가 하나 되는 ‘붉은 악마’가 되어보자. ‘꿈은 이루어진다’는 강렬한 메시지로 4000만 국민을 하나로 묶었던 2002년의 기억. 그때 우리들은 응원이 주는 행복감과 즐거움을 만끽했다. 다시 우리 대표팀을 응원하며 ‘축구 올림픽’을 즐기자.

1954년 처음 월드컵 본선무대에 출전한 한국 축구는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이번 남아공 대회까지 7회 연속, 통산 8회 본선에 올랐다. 7회 연속 출전은 아시아에선 처음이고 전 세계를 둘러보아도 여섯 번째인 대기록이다.

한국은 2002년 월드컵에서 준결승전에 올라 4강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홈그라운드에서의 성적. 집밖에서는 아직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다. 2006년 독일대회 조별리그에서 토고를 2-1로 이겨 원정대회 첫 승을 기록했고, 이어 강호 프랑스에 1-1로 비겨 1라운드 통과 가능성을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인 스위스에 0-2로 패하면서 발목이 잡혀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이번 대회 한국이 속한 B조엔 우승 후보로 주목받는 아르헨티나와 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 기록을 가진 그리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축구챔피언인 나이지리아 등 3팀 모두 세계 정상을 밟아본 팀이 포진해 있다. 16강에 오르려면 조별 리그에서 최소한 1승2무를 거둬 조 2위를 지켜야 한다.

객관적인 평가인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5월26일 현재)에서도 아르헨티나가 7위, 그리스가 13위, 나이지리아는 21위로 47위에 올라있는 한국에 만만한 상대는 없다.

지난 5월 “유쾌한 도전”이라는 말로 출사표를 대신한 허정무 대표팀 감독은 이번 대회를 후회 없이 즐기겠다고 했다. 첫 상대인 그리스와의 12일 경기를 기대케 하는 대목이다.

그리스는 이번이 두 번째 월드컵 출전이다. 1994년 미국대회 때 처음 본선에 나섰지만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나이지리아에 모두 패했다. 선수단이 ‘노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5~7년간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이 공격과 수비진에 있어 정신력이나 조직력이 발휘된다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의 두 번째 상대인 아르헨티나(17일, 오후 8시 30분)는 선수 몸값만도 수천억원에 이르는 스타 군단이다. 지난 7일 가진 남아공에서의 공개 훈련 때엔 경찰차 20여 대와 경찰견이 동원돼, 호화 멤버들을 경호했으며 이날 훈련에서도 스피드와 공간 돌파력, 조직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환상적인 드리블과 정확하고 빠른 패스를 자랑,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23·바르셀로나)를 비롯해 곤살로 이과인(23·레알마드리드), 후안 베론(35·에스투디안테스 라 플라타), 막시 로드리게스(29·리버풀), 디에고 밀리토(31·인터밀란), 카를로스 테베스(26·맨체스터시티) 등의 화려한 개인기를 볼 수 있는 기회다.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50) 감독은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 한국팀의 허정무(55) 감독과 선수로 맞대결을 벌인 적이 있어 이번의 감독 대결도 흥미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

23일 경기를 치르는 한국의 마지막 상대 나이지리아는 1990년 이후 카메룬과 함께 아프리카 축구의 부흥기를 이끌어 온 ‘슈퍼 독수리’로 불린다. 첫 참가 대회인 1994년 미국 대회에서 유럽의 강호 불가리아와 그리스를 꺾고 16강에 올라 9위를 기록했다. 4년 뒤의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16강 진출에 성공했으나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고 2006년 독일대회에서는 본선에 나가지 못했다. 남아공은 나이지리아의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다. 부부젤라를 동원한 일방적인 응원에 우리 대표팀이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아야 승산이 있다. 전문가들은 우승 후보로 꼽히는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한국, 그리스, 나이지리아의 2위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스에선 한국이 빠른 축구를 구사하고 체력은 좋으나 개인기 부족과 체격 면에서 열세이고,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의 다른 팀들에 비해 안정감이 떨어진다고 자국의 승리를 부추긴다. 나이지리아 역시 한국이 북·중미의 팀보다는 수월한 상대이고 그리스는 너무 느린 팀이라고 분석, 자국의 16강 진출을 점치고 있다. 한국도 이번 대회 엔트리 23명 가운데 10명이 해외파여서 팀 전체의 힘이 강해졌고 이제 더 이상은 큰 무대에서의 긴장과 두려움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16강 진출에 희망을 갖고 있다.

첫 상대인 그리스는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이렇다 할 성적이 없고 유럽팀 가운데서는 빅 리거가 적은 팀으로 꼽힌다. 수비 위주의 팀플레이와 최근의 경제위기 상황이 팀 사기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 한국의 전문가들은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마지막 상대인 나이지리아 팀의 내분 후유증도 한국엔 희망적인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월 영입한 라르스 라예르베크(62) 감독이 나이지리아를 본선에 진출시키는 데 크게 공헌한 노장선수들을 대거 탈락시키고 신인들을 영입하면서 선수단의 반발이 나타난 것. 게다가 지난 1월 네이션컵대회에서의 성적부진으로 해임시켰던 아모두 감독을 나이지리아 축구협회가 대표팀 기술위원으로 다시 불러들였다. 전문가들은 나이지리아가 느린 공격에다 수비에서도 실수가 많은 팀이라고 분석한다. 지난 6일 나이지리아와 평가전을 치른 북한의 공격수 정대세는 “미드필드의 압박과 빠른 공격으로 상대의 허를 찌른다면 한국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이라고 했다고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모든 경기 결과는 응원에 비례한다”고 한다. 힘을 모아 남아공에 있는 우리 축구대표팀에 투혼을 불어넣어 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