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감독은 1960년 아내가 있는 중상층 남자가 젊은 하녀(이은심)의 유혹을 받아 관계를 맺고 난 뒤 일어나는 비극을 그린 ‘하녀’를 발표했다. 하녀 삼부작의 시초이자, 한국 영화사 대표 걸작 스릴러로 꼽히는 이 작품은 당시 여배우 이은심의 팜므파탈적인 매력과 파격적인 노출로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주인공 이은심은 이 작품에서의 이미지가 대중에게 너무 강렬하게 각인되어, 이후 다른 작품을 하지 못하고 배우로서의 수명을 다했다.
이 영화는 2008년 제61회 칸 국제영화제 칸 클래식 프로그램에 초청되며 재조명됐다. 이후 2009년 제10회 전주 국제영화제에서는 완전복원판으로 공개된 바 있다.
김 감독은 이후 자신의 영화 ‘하녀’를 11년에 걸쳐 두 번 ‘화녀’(1971), ‘화녀82’(1982)라는 이름으로 리메이크 했다. 이 영화는 2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당시 가장 흥행한 영화로 기록됐으며, 당시 대종상, 청룡상, 백상예술대상 등 여러 부문을 휩쓸었다.
‘화녀’는 개봉을 앞둔 임상수 감독의 ‘하녀’에서 뼛속까지 속물인 나이 든 하녀 ‘병식’ 역을 맡은 윤여정의 데뷔작이자, 스페인 ‘사체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다. 윤여정은 5월 3일 기자간담회에서 “고 김기영 감독이 갔어야 하는데 내가 대신 간다고 생각한다”며 감회를 전했다.
전작과 기본적인 소재는 비슷하지만, ‘하녀’라는 호칭은 시대에 맞춰 ‘식모’로 대체됐고, 여주인공인 하녀도 순진한 시골소녀의 콘셉트로 대체됐다. 이러한 콘셉트는 1982년 발표된 김 감독의 마지막 하녀 시리즈인 ‘화녀82’의 주인공인 나영희의 역할에서도 유사하게 유지되며, 임상수 감독의 ‘하녀’에서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