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엔 대통령의‘정치적 파트너’로 부상
21세기엔 대통령의‘정치적 파트너’로 부상
  • 최윤 진숙 기자
  • 승인 2017.10.11 10:16
  • 수정 2017-10-11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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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상 1위는 육영수 여사. 정보화 전문지식, 높은 사회지능지수도 요구

“누구는 다 좋은데, 부인 때문에 안되겠다.”,“ 부인이 너무 나서니까 남편이 겨우 얻은 표를 다 까먹는다.”

대통령 후보 부인들의 TV나들이 이후 나온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 틈 어디에도 후보 부인 덕에 후보의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말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후보 부인은 확실히 ‘감점요인’으로만 작용한 것일까.

대선 후보들의 부인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 제시되지는 못하고 있다. 이제껏 한번도 영부인의 역할이 주요하게 논의된 적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리인 만큼 후보 부인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동의한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 영부인의 상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이와 관련해 영부인의 바람직한 상에 대한 설문조사와 토론회가 잇따라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육영수’-‘힐러리’ 절충형 선호



한국여성정치연구소(소장 손봉숙)가 최근 전국의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영부인상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평범한 사람들은 손명순 여사와 같은 전통적인 내조형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의 76.2%는 가장 선호하는 영부인으로 육영수 여사(76.2%)를 꼽았다. 그리고 다른 영부인을 꼽는 응답자는 5%도 되지 않는다. 프란체스카 여사 4%, 김옥숙 여사 1.5%, 손명순 여사가 1.2%순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 응답자 가운데 15.7%는 존경하는 영부인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응답자들은 바람직한 대통령 부인의 역할상으로, 보이지 않게 내조하는 현모양처형 이미지(29%)보다 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사회봉사에 헌신하는 이미지(49.3%)를 원하고 있다. 또 전문적인 자기 영역을 갖는 적극적인 이미지에 대한 선호도(23.2%)도 꽤 높다. 특히 20, 30, 40대는 전문적인 자기 영역을 갖는 적극적인 이미지를 영부인의 역할로 지지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앞으로 힐러리 형의 영부인이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기대하게 한다.

국회의원을 남편을 두고 있는 정치인의 아내들이 원하는 영부인의 상도 그다지 큰 차이는 없다. 여성정치연구소가 국회의원 1백명의 아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7.3%가 육영수 여사를 가장 좋아한다고 답했으며 19.4%가 좋아하는 영부인이 없다고 응답했다. 프란체스카 여사를 꼽은 이는 8%, 공덕귀 여사의 경우 2%, 손명순 여사 2%, 이순자 여사 1%순으로 집계됐다.



친인척 비리 단속하는 공인의식도 필수 자질



육영수 여사에 대한 높은 선호도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전통적인 아내로서의 조신함과 청와대의 야당으로서의 정치적 역할에 대한 기억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이들이 우세하다. 이와 함께 육 여사의 스타일이 바람직한 여성상에 어느 정도 부합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7월 15일 서울 YWCA(회장 이주영)가 마련한 ‘바람직한 영부인상’토론회. 여기서 참석자들은 바람직한 대통령 부인상으로 “전통적인 주부의 조신함과 더불어 현명한 판단력과 사고력으로 대통령을 내조할 수 있는 지적능력을 갖춘 여성”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 ‘육영수 여사’와 ‘힐러리’의 절충형이 이상적이라고 제안했다.

대통령 부인의 유형을 전통적 주부형, 활동가형, 절충형등 세 가지로 분류한 김현자 한국여성정치연맹 총재는 전통형은 현대적 감각이 부족하고 활동가형은 우리 나라에선 아직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형이라고 각각 비판한 뒤 절충형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내세웠다.

김 총재는 또 영부인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품위, 교양, 따뜻한 인품, 깊은 이해심, 정치 사회문제에 대한 판단력 등 10가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 밖에 김기옥 성균관대 가정관리학과 교수는 “경제·환경·정보화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똑똑한’ 소비자의 모습”을 강조했고 한혜빈 서울신학대 교수는 “지능지수·감성지수보다 사회지능지수가 높아 장애인·노인·청소년·교육 등 사회문제 치유에 적극적으로 나설 사람”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광식 21세기한국연구소장은 “그동안 대통령 부인 중에는 겉으론 조용한 척하면서 뒤에서 이권 인사에 개입하는 내숭형이 많았다.”며 “친인척 비리를 단속하는 공인의식을 갖춘 영부인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성 역할변화·정치세력 성장

영부인상 변화의 밑거름




한편, 한국 영부인의 바람직한 역할유형이 ‘정치적 내조형’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서 정치적 내조형이란 순수하게 대통령의 보좌역할 수준의 소극적인 정치참여형인 ‘전통적 내조형’과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 정치에 적극 참여하는 ‘전문적 참여형’과 구분되는 유형이다. 이승희 한국여성정치연구소 부소장은 7월 16일 프레스센타에서 ‘영부인과 정치인 아내의 바람직한 역할 및 위상’을 주제로 열린 제20회 한국여성정치논단에서 영부인의 유형을 전통적 내조형, 정치적 내조형, 전문적 참여형으로 구분하고 “영부인 역할유형이 전통적인 내조형에서 정치적 내조형을 거쳐 전문적 참여형으로 가고 있는 추세”라며 “21세기 한국 영부인의 바람직한 역할상은 정치적 내조형이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이승희 부소장은 “손명순 여사의 영부인 역할은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는 퇴화적 모습”이라고 비판한 뒤 “한국에서 정치적 내조형이 제3세계적 특성으로 인해 권력부패형으로 변질되면서 손명순 여사의 영부인 역할은 그 반작용으로 인해 지나치게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 전문적 참여형이라는 역할상의 등장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전망한 이승희 부소장은 미국에서 힐러리 같은 전문적 참여형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히 정치적 마인드가 있는 여성이 클린턴의 부인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 사회여성의 역할변화와 정치세력으로서의 여성의 성장이라는 기류가 그 밑에 깔려 있었다.”고 피력했다. 전문적 참여 유형은 일반 여성들의 역할과 의식변화에 따라 바람직한 여성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는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승희 부소장은 “정치적 내조형의 영부인상을 어떻게 바람직하게 발전시키는 가라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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