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통제완화책으로 시장 가격질서 잡힐까
물가통제완화책으로 시장 가격질서 잡힐까
  • 홍승기 / 동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 승인 2017.10.11 10:35
  • 수정 2017-10-11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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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부터 공공요금 시장수급 상황따라 책정
상품·서비스질적향상 위한 제도적 보완책 절실

정부의 물가통제는 득보다 손실이 큰 법이다. 그간 정부는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물가 결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왔다. 물가를 안정시키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물가상승을 가급적 억제해 왔으며 국내생산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높은 관세장벽과 수입량 규제정책을 실시해 왔다.

정부의 물가통제는 시장의 가격질서를 왜곡시키고 여러 가지 부작용을 만들어 냈다. 지난 7월4일 한국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정부물가정책의 부작용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가 물가안정과 소비자보호를 위해 취한 정책 중 ▲주택분양가 규제 ▲의료보험수가 억제 ▲물값 및 기름값 규제 ▲시내전화료 인상 억제 등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우선 현재 책정된 주택분양가는 건축비에도 못미쳐 부실시공의 원인이 되고 있으며 분양가와 시가의 차이는 주택투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또한 낮은 의료수가로 인해 의사들은 과잉진료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산부인과의 정상분만 보험수가가 실제 원가 10만원 수준보다 형편없이 낮은 4만원 수준이어서 의사들은 18만원짜리 제왕절개수술을 권장하고 있다. 한편 수돗물값과 기름값도 선진국에 비해 아주 낮은 수준이어서 물과 에너지의 과소비를 유발하고 있다. 전화료 또한 예외는 아니다. 정부가 통화량이 많은 시내전화요금의 인상만 억제하다 보니 시내통화는 불필요하게 많아지고 시외 및 국제전화요금은 상대적으로 비싸질 수 밖에 없었다.

이 밖에도 정부는 생산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맥주보리에 대해서는 고율의 수입관세를 부과하고 참깨와 오렌지는 수입물량을 규제하여 국내가격을 올려 놓았다. 현재 맥주보리의 국산가격은 외국산 가격보다 5배 이상 높으며, 참깨는 중국산과 수단산에 비해 10~15배, 오렌지는 미국산보다 4배 이상 비싸다. 이에 따라 맥주의 생산원가와 가격이 높아지고 참깨 밀수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정부의 물가통제는 그 본래 의도와는 달리 더욱 심각한 문제들을 만들면서 소비자 후생을 감소시키고 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가격은 시장에서 중추신경의 역할을 한다. 소비와 생산활동의 지표로서 자율적인 배급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시장가격이다. 이 가격기구를 통해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소비자후생이 궁극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물가통제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8월부터는 공공요금을 시장수급상황에 따라 책정하기로 결정하였다. 또한 특정집단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취해온 관세나 수입량 규제도 풀어나갈 방침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문제는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부작용과 국민들의 반발이다.

주택분양가와 의료보험수가의 현실화는 당장 주택가격과 진료비 인상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주택이나 진료서비스의 질적개선이 따르지 않는다면 주택건설업자나 병원의 수입만 올려주기 위한 편법이라고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

또한 물값·기름값·시내전화료의 인상은 전반적인 물가상승압력으로 작용하여 경제의 안정기반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더욱이 농산물에 대한 수입관세 인하와 수입량규제 완화는 영농의욕을 저해시키고 해당 농가의 큰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간 우리 국민들은 경제개혁 조치가 있을때 마다 총론에는 찬성, 각론에는 반대식의 이중적 태도를 보여왔다. 아마도 정부의 물가통제 완화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입는 피해에 대해서는 큰 반발을 나타낼 것이다.

따라서 정권말기에 물가결정 방식을 시장수급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부작용과 반발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보완책을 서둘러 시행해야 된다. 예컨대, 주택분양가의 자율화와 함께 다양하고 질 높은 주택의 공급이 이루어지게끔 지도해야 하며, 의료보험수가의 자율화와 함께 병원시설이나 의료서비스의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값·기름값·시내전화료·기타공공요금의 자율화는 사업주체의 민영화와 동시에 이루어져야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생산농가의 영농의욕을 높이고 농민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영농 규모의 확대와 고품질 농산물의 개발에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요컨대, 정부 물가정책의 오랜 관행을 타파하고 성공적인 정책전환을 위해서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적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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