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정부산하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주부, 대학생, 자유업 종사자 등 2백여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모니터단을 발족, ‘모니터 전성시대’가 도래함을 예고했는데….

3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공정거래 모니터들은 앞으로 ‘백화점의 사기세일’, ‘금융상품의 허위광고’,‘ 동종업체끼리의 담합행위’등 우리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불공정 행위들을 감시, 적발하는 역할을 담당, 명실공히 ‘실세 모니터’의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

70년대 말 각 방송사들이 자사 프로그램 평가를 위해 모니터 제도를 두기 시작. 80년대 초 컬러 TV시대를 열며, KBS에서는 매일 출근하는 ‘준직원급 모니터’를 모집, 당시 불기시작한 방송 열풍을 타고 고학력 여성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소비자 모니터도 80년대 초반부터 일부 소비자 단체에서 시장조사를 위해 시작했던 모니터 활동이 그 시초. 초창기 시간 남는 한가한 주부들이 하는 일 정도로 인식되었던 모니터 활동이 요새는 신문 방송 등 언론사는 물론, 백화점, 식품회사, 가전제품, 케이블 TV, 은행에 이르기까지 ‘프로 모니터’모시기에 발벗고 나섬에 따라 본격적으로 전문 직종화될 조짐.

모니터 요원의 전문화를 가장 먼저 시도한 곳은 백화점으로 백화점 카드만을 전문으로 ‘카드모니터’제도, 신입사원 면접에까지 모니터가 참여하고, 점원에게 즉시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임원급 모니터’제도 등 가지가지.

한편 요즘 일본에서는 여고생들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모니터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 새로 나온 샴푸나 초콜릿 등의 샘플을 회사로부터 받아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반응을 수집해 회사로 보내는 것이 그들의 일로 이런 제품들은 직접 먹어보거나 써 봐야 선호도가 올라간다는 점을 착안한 회사들의 고도의 상술. 여고생들은 이들이 여대생이나 회사원에 비해 하루종일 50명 안팎의 급우들과 어울릴 뿐 아니라 입을 통해 퍼지는 속도도 가장 빠르다는 점을 이용, 광고를 거의 하지 않고 이들 조직을 통해 히트친 상품들도 많다는 것.

70년대 초반 ‘누가바’, ‘부라보콘’이 처음 나왔을 때 모여고 1학년 전체에 하나씩 나누어 주고 맛을 묻던 일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데, 삼강하드가 고작이던 그 시절, ‘누가바’, ‘부라보콘’의 놀라운 맛은 당장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 일으켜 이 두 상품이 ‘롱런 베스트셀러’가 되었음은 누구나 아는사실.

아무튼 ‘누가바’먹던 그 소녀들이 요즘 ‘모니터실세’로 공정거래 건전 소비생활을 위해 활약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참으로 격세지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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