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 통일이후로 넘겨라
고속철도, 통일이후로 넘겨라
  • 남영진 / 한국기자협회 회장
  • 승인 2017.09.25 14:55
  • 수정 2017-09-25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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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못 꿴 단추, 빨리 중단할수록 이익

“조그만 나라에서 어딜 그렇게 빨리 갈 데가 있나”

70년대 일본에서 씬깐센(新幹線)을 타본 중국의 지도자가 했다는 말이다. 중국대륙에서 봐선 조그만 섬나라 일본에서 시속 2백킬로미터의 고속전철이 왜 필요한지 이해가 가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한반도 그것도 반쪽의 남한에 고속철도가 놓이고 있는 현실을 중국쪽에서 보면 어떨까. 섬이지만 일본의 면적은 한반도의 1.5배이다. 길이로 한다면 2배에 가깝다. 가늘지만 길다.

한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않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경부 고속철도 공사는 중단되어야 한다. 처음부터 잘못 꿴 단추다. 정권말기에 불순한 정치적 동기로 결정된 국책사업은 거의 모두 문제가 됐다. 전두환 대통령시절의 ‘율곡사업’이나 노태우 대통령 시절의 고속철도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이미 정치자금을 챙기기 위해 국책사업을 벌였다는 사실은 그간 검찰이나 법원판결로 밝혀진 사실이다.

기자협회에서 90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초청, 강연회를 연 적이 있다. 그때 놀랍게도 정회장은 경부고속철도를 반대했다. 현대건설을 갖고 있는 정회장이 이를 반대하는 것이 의외였다. 반대이유는 우리나라에는 사람을 실어나르기 위한 고속철도보다 물건을 실어나를 고속도로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지금같이 물류(物流)가 문제가 되지 않았던 때라 크게 기사화되지는 못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탁견이었다. 정회장은 고속철도보다 오히려 영종도 신공항을 빨리 개통하고 항만 등의 기간 산업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공사장의 문제점, 기종선택을 둘러싼 여러 잡음들이 있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대충 추진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올해 초 국제변호사인 김찬진씨가 이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왔다. 그는 ‘풀고 삽시다’란 책에서 과감히 “고속철도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명쾌하다. 결정과정이 국민적 동의를 얻지 못한 돈놀음이라는 것이다. 또한 투자효과도 크지 않다. 서울 부산간에 기존철도와 고속도로로도 4-5시간이면 되는데 2시간 줄이려고 그만한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정 바쁜 사람은 비행기로 1시간이면 된다. 우선 순위도 거꾸로다. 2시간이나 걸리는 서울시내 교통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않고 경부간을 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급한게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10%의 공정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국가적으로 오히려 이익이라는 논지였다.

김변호사가 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매스컴에서 주목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언론에서 부실공사, 특히 폐광지역을 관통하는 설계상의 잘못을 지적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많이 진척이 됐고 특히 계약사인 프랑스 TGB와의 계약파기의 부담이 지적되고 있다. 김변호사는 이것도 이미 TGB가 영하 10도에서 운행중지된 기술상의 하자가 있기 때문에 위약금을 많이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폈다.

이상 두분의 지적이 적중했다. 고속철도사업단은 지난 4월 미국 마리회사가 지적한 보고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을 정부 스스로가 문제가 있다고 밝히는 예가 극히 드문데도 말이다. 당시 책임자는“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말을 했다. 그 결과가 이번에 나온 사업전면수정안다. 한마디로 아무 대안이 없다. 공사비와 공기가 노태우 시절인 89년 5조8천억원, 98년말에서 김대통령 집권초기인 93년 10조7천억원, 2001년으로 2배가 뛰더니 이번에는 다시 2배 가까운 17조원에다 2004년 이전 완공으로 바뀌었다. 더이상 국민들을 우롱해서는 안된다. 빨리 공사를 중단하고 통일 이후로 넘겨야 한다.“ 늦었다고 느낄 때가 더 빠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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