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적 실용 영어교재에 열띤 호응
수강생중 5백여명 설문조사. 최고 90% 가까이 긍정적 평가

 

국내 최초로 페미니즘 시각을 투영해 읽기와 쓰기를 시도함으로써 반향을 일으킨 한 대학 영어교재에 대한 학기말 평가가 이 강의를 수강한 2천3백여명 중 5백명의 신입생을 대상으로 행해져 또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숙명여대 ‘일반영어 프로그램’(General English Program,이하 GEP) 팀이 97년 신학기에 신입생을 대상으로 개발한 영어교재 <스프링보드 잉글리시 Springboard English>는 그 출발단계에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2천6년 창학 1세기를 앞에 두고 실용영어 마스터를 통한 세계화가 숙대의 주요 개혁과제로 떠오른 시점에서 그 참신성이 돋보인 대안교재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단원 가운데 ‘백설공주 다시 보기’, ‘파리스의 선택’등으로 여성의 대상화, 미의 신화 등의 여성학적 개념을 학생들이 쉽게 형상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실용영어의 숙련에 있어 여대생에게 민감한 주제를 이끌어냄으로써 학습의욕을 붇돋울 뿐만 아니라 부지불식간에 성차별적 선입관을 비록 영어로나마 수정해나갈 수 있는 ‘열린 교육’실천의 한 방안이 되기도 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선 총 10문항 중 절반을 차지하는 5개 문항이 여성적 시각과 관련된 질문들을 하고 있다. 이들 문항들엔 국내 최초로 <스프링보드 잉글리시>가 영어학습에 도입한 여성주의적 시각에 대해 긍정적인지,또 이로 인해 고정 관념·의식·태도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는지 등의 질문을 비롯하여 이런 시각이 타과목 교재에도 반영되어야 하는지 등의 질문들이 포함되어 있다.

일단 설문조사 결과 GEP팀은 ‘대단히 성공적’이란 긍정적 평가에 고무받아 다음 교재를 완성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엔 ‘여대’라는 특성도 한 몫했다는 것이 조사팀의 분석이다.

한국과 미국의 남녀 교수반을 분리해 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교재에 대한 학생들의 긍정적 반응이 65%에서 최고 89%까지 달했던 것. 여자교수가 담당한 반이 남자교수 반보다 학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얻어냈다는 결론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남자교수 반에선 80%, 미국인 남자교수 반에선 70%나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는 사실도 특기할 만하다.

반면, 미국인 여자교수의 경우 학생들의 반응이 여타 여자교수들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언어소통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교수 개인의 여성문제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데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됐다. 따라서 교수의 성 이전에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얼마나 문제의식을 갖고 있느냐가 관건으로 지적됐다.

또 타과목에도 이처럼 여성주의적 시각의 접목이 바람직하느냐는 질문에도 반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수강생들은 대체적으로 50%에서 80% 가까이 긍정적 반응을 보여, 타 과목에서도 이런 대안적 시도를 희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스프링보드 잉글리쉬>로 인해 실생활의 태도와 행동에 구체적인 의식변화가 일어났느냐는 마지막 질문엔 ‘보통이다’란 답변이 가장 많았는데, 이는 영어수업이란 원칙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한정된 시간에 이를 소화하기엔 한정된 강의 양으로는 역부족인 점도 작용했다.

그러나 일단은 의식전환의 계기를 대학 새내기들에게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GEP팀은 나름대로 큰 의의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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