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모성’다시생각할때
강한 어머니상 그려도 희생과 헌신이란 주제 여전히 수호

국내 연극계에‘어머니’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 5월 2일부터 31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일본의 이노우에 히사시 원작 〈어미Ⅰ(원제 화장)〉과 오태석 원작〈어미Ⅱ〉가 상연되고 있고, 지난 3월‘국제연극페스티벌 - 가족, 참가하고 오는 7월 6일까지 학전 블루에서 공연될 극단 자유의〈그 여자, 억척어멈〉이 바로 그 것.

〈어미Ⅰ,Ⅱ〉는 한국과 일본의 연극인들이 함께 만든 모노드라마로 일본의 작품을 국내 연극인 김금지씨가, 한국 작품은 재일동포 연극인 이려선씨가 출연해 상이한 문화적 풍토에서도 끈질기게 발현되는 강한 모성애를 그려내고 있다.

〈어미Ⅰ〉에선 신파극의 여단장이 첫날 첫 공연을 올리기 위해 준비를 하던 중 마침 찾아온 방송국 기자와 인터뷰하는 과정을 통해 그의 삶이 극적으로 드러난다. 극단의 초대단장이었던 아버지, 극단의 배우인 남편과의 결혼, 아버지 사후 극단 운영을 하던 남편의 문란한 생활, 그리고 극단의 몰락. 그는 자신의 생을 적당히 윤색하면서 관객의 심금을 울리려 한다. 기자는 지금 대중음악의 스타로 부상하는 기린아가 그의 아들 임을 증명하고 그와 아들을 상봉시키려 한다. 여단장은 대답 대신 이제 공연될 연극을 보여준다.

극중에서 펼쳐지는 극은 의적 패의 부두목인 여단장이 아버지 두목의 죽음 직전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듣고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찾아 용서한다는 내용. 기자는 극의 내용이 여단장 자신의 이야기임을 환기시키며 아들과 대면할 것을 종용한다.

기자의 말을 부정하는 그에게 사진까지 들이밀자 여단장은 흔들리며 자신이 아들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을 절규하며 밝힌다. 그리고는 눈 앞에 닥친 공연을 위해 무대로 향한다.

〈어미Ⅱ〉는 자맥질로 미역이나 전복을 따며 평생을 살아 온 한 여인과 아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열일곱에 혼례도 없이 남편을 맞았으나, 서방은 나흘만에 배타고 나가 돌아오지 않고 홀로 유복자를 낳아 기른다. 그 아이는 이제 장성해 입대했고 며칠 후면 휴가를 나온다.

아들을 위해 그는 채취가 금지된 어린 미역을 따다가 벌을 받고 어미는 군에서 보내온 아들의 편지를 받고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아들의 운명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예감하고 불안에 떠는데, 결국 아들의 여자는 아들을 배신하고, 아들의 자살 소식이 잇따른다. 어미는 죽은 아들을 위해 혼전 처녀의 영혼을 빌어 아들의 혼과 맺어준다.

〈어미Ⅰ〉의 원작자인 이노우에 히사시는‘어미란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이다. 그것은 사람의 생명을 창조해 내는 까닭으로 무한의 가치가 있다. 그리고 어미는 한없이 그리운 존재이기도 하다. 있는 자도 없는 자도 범죄자도 어미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으면 순진 무구했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간다’고 밝히고 있다.

이제껏 ‘모성’을 다룬 예술작품은 거개가 조건 없이 베푸는 어머니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한없는 향수를 갖고 그리워하는 것으로 그려져 왔다. 모든사람이 어머니의 자궁을 생명의 터전으로 삼고 태어난 만큼 남녀를 막론하고 어머니에 대해서는 근원적인 향수를 갖는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모성’이나‘어머니 상’에 대해 달리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간 한없는 그리움으로 연상되는 어머니상은 여성을‘모성신화’에 가두고 희생과 헌신을 강요해왔던 일면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박정자씨가 주연하는〈그 여자, 억척어멈〉은 17세기 30년 종교전쟁 당시 남편을 잃은 한 어머니의 삶을 그린 구 동독 극작가 브레히트의〈억척어멈〉을 1997년 현재의 배우 박정자씨가 순간순간 개입하는 중층적 구조를 가진 작품이다.

한국전쟁 때 남하하는 피난민 물결에 휩쓸려 부산으로 내려온 박정자는 거리를 헤매다 이전에 함께 연극을 했던 연출가를 만나고 그로부터 브레히트의〈억척어멈〉을 무대에 올리자는 제의를 받는다. 남편은 일본 징용군으로 끌려가고 아들은 의용군으로 징집되어 홀로 남게된 그는 자신의 처지와 극중 상황이 너무도 흡사해 극에 열중한다.

그러나 브레히트가 독일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공연계획이 좌절되자 연극 진행자들은 내용을 수정, 19세기 갑오농민전쟁의 상황으로 고쳐 준비한다.

언제나 여성들은 전쟁과는 가장 무관하면서도 전쟁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희생양이었다.〈 그여자, 억척어멈〉은 역사 이래 숱한 전쟁을 겪으며 자식을 잃고 남편을 잃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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