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도 올인할 수 있는 직장이죠”

 

(주)한국리서치 최신애(53·사진) 부사장은 요즘 차세대 여성 리더를 키우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여성가족부 산하 법인인 ‘위민인이노베이션(WIN)’ 멘토, 이화여대 직업개발원 자문위원을 맡아 특강과 멘토링에 힘쓰고 있다. ‘조사업계 1호 여성’인 그는 리서치 분야의 ‘우먼파워’를 상징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세계 22개국 조사 회사들의 연합기구인 글로벌NR 이사로 재임하면서 국제 네트워크도 다지고 있다.

최 부사장은 1981년 3월 한국리서치에 입사한 이래 한 직장에서 30년간 근무하며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됐다. 특히 마케팅 연구 파트에서 잔뼈가 굵은 조사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한국리서치 공채 1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조사업계는 조직문화가 보수적이지 않아 여성들이 활동하기에 유리합니다. 연줄이나 학연보다 능력을 중시해요. 요즘은 자동차, IT 분야도 하지만 소비재(FMCG) 상품 조사를 주로 하니까 여성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지요.”

천안함 침몰 이후 6·2지방선거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은 상태지만, 선거철이면 여론조사업은 ‘특수’를 누린다.

최 부사장은 “여론조사가 후보군의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늘면서 국민의 여론을 읽는 지표가 됐다”고 말한다.

리서치 분야에선 정치 여론조사보다 기업 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 그가 입사한 초기만 해도 다국적 기업이 ‘클라이언트’였다가 88서울올림픽을 거쳐 90년대 들어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리서치 시장이 급속히 커졌다. 최 부사장은 “한국리서치도 직원 수 20배, 매출은 100배 이상 성장했다”며 “우리나라 리서치 시장 전체 규모는 3500억원대”라고 말했다.

특히 신제품 개발과 출시,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데 리서치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정치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서 비즈니스 서비스의 핵심 분야로 떠오른 것이다.

초기에는 설문지로 대면면접, 전화조사를 하다 요즘은 컴퓨터를 이용한 대면면접인 CAPI와 전화 면접인 CATI, 인터넷을 활용한 CAWI 조사를 하고 있다. 그는 초창기 연구조사와 데이터 컬렉션(자료 수집)을 함께 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현장을 바쁘게 뛰었다. 그동안 ‘국내 최초의 마케팅 조사’를 진행하면서 굵직굵직한 성과도 거뒀다.

IMF 외환위기로 조사 회사들이 경영 위기를 겪을 당시 30억 규모의 프로젝트인 한국코카콜라 음료 판매 실태 조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처음으로 카 클리닉(Car Clinic) 조사도 진행했다. 포드자동차 카 클리닉 조사 당시 서울 양재동 주차장을 통째로 빌려 새벽까지 자동차 10대를 전시, 소비자들의 평가를 받았다. 일본에서 아이카메라(Eye-camera)를 도입, 조사기법에 활용하기도 했다. 최 부사장은 “소비자들의 동공의 움직임과 변화를 측정, 현장에서 관찰해 객관적 조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부사장은 새내기 대학생 때 연합 서클에서 만난 동갑내기 전명수(53·경원대 불문학과 교수)씨와 졸업 이듬해 결혼했다. 슬하에 새로미(25·영국 세인트마틴디자인스쿨 3학년), 필준(21·연세대 휴학 중)씨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그는 “연구보고서를 쓸 때면 밤을 새우는 일이 허다했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큰 것 같다”며 웃었다.

최 부사장은 여성 직장인들의 잦은 이직에 대해 쓴 소리를 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회사면 힘들더라도 조직에 남아 ‘올인’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최 부사장은 “가정과 직장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여성들에게 오히려 유리한 선택”이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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