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언어영역과 유사한 영역이 외국어다. 그러나 국어가 아닌 영어로 이루어진 언어이기 때문에 해석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해석을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는 어휘와 문법이다. 그래서 수험생들은 중학교부터 어휘와 문법을 열심히 외워왔고 이를 바탕으로 글을 수용해서 문항을 해결한다. 그러나 언어영역에서 어휘와 문법을 외우지 않았다고 글을 읽고 수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서 문항을 틀리지는 않는다.
수리는 언어영역과 달리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공식을 활용하여 문항을 해결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다. 개인적으로 실제 학력고사를 치르며 주관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열의 기본적인 공식이 떠오르지 않아 정말 고생한 경험이 있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공식을 활용하면 분명 빠르고 정확하게 문항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언어영역에는 특정 문항을 해결하는데 수험생이 반드시 알아야 할 그런 공식은 없다.
마지막으로 탐구영역과 언어영역은 전혀 다르다. 일반적으로 탐구영역은 교과서를 바탕으로 이론과 실험 등의 내용을 숙지해야 한다. 언어영역 교사 가운데 배경지식이라는 명목 아래 이러한 내용, 다시 말해 텍스트를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왜 언어영역 교사가 과학탐구 교사의 몫인 양자역학과 같은 과학적 내용을 설명해 주어야 하나? 언어영역 교사와 수험생들은 척척박사가 될 필요가 없다.
지금까지 언어영역과 대비해서 살펴본 영역들은 모두 학습영역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면 대체로 성적이 향상된다. 그렇지만 언어영역은 학습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내용을 열심히 익히고 문제를 많이 풀어서 성적을 올리는 영역이 아니다. 그렇다고 공부할 내용이 전혀 없다고 오해를 해서도 안 된다. 그러면 언어영역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언어영역의 원리를 바탕으로 훈련을 해야 한다. 정확히 180도 바뀌어야 한다.
언어영역 교사의 존재 이유는 바로 수험생들에게 제시 지문을 독해할 수 있는 능력,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능력, 문항을 분석할 수 있는 능력, 선택지에서 정답과 오답을 구별해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원리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혹독한 훈련을 시켜서 수능 시험장에서 수험생 스스로가 문항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 옆에 오서와 같은 코치가 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