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9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간 열린 런던패션위크는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로 이어지는 세계 4대 패션위크 중 두 번째로 열리는 행사다. 세계 패션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향후 패션 경향을 확인하는 자리. 보통 디자이너, 의류업체가 ‘최신 상품’으로 참여하면 바이어들이 주문을 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패션산업을 선도하는 의류업체들의 새로운 제안은 미래의 패션 경향이 첨예하게 드러나곤 하기 때문에 현지의 패션산업 관계자뿐만 아니라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패션 축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윤리적 패션’ 섹션에는 총 28개의 에코패션 업체들이 참가했다. 여기에는 패션업체뿐만 아니라 사회구호 기업으로만 알려져 있는 옥스팜도 참여해 패션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패션업계의 진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런던패션위크의 중요 섹션이었던 ‘estEthiCa’에서 참여 업체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해법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ELVIS & KRESSE ARTS(E&K)는 흔히 ‘디자인보다 철학을 더 중시한다’는 에코 디자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려는 노력 때문에 눈길을 끈다. E&K는 일부러 터너상(Tuner prize 1984년부터 50세 이하의 영국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수상자를 선정) 등 각종 예술 경연대회의 입상자들만을 만나 ‘쓰레기’를 작업으로 바꿔달라고 설득한다고 한다. 이번 전시부스에서도 소방호스를 재활용해 만든 가방, 지갑 등을 전시했는데, 원재료인 폐소방호스도 전시장에 디스플레이의 일부로 함께 배치하고 있어 관객들은 제품의 ‘과거’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수익금의 50%는 소방수를 위한 재단에 기부한다(elvisandkresse.com).
이번 전시에 참여한 선글라스 브랜드인 KAYU의 창립자인 제이미 림(Jamie Lim)은 “안경 하나를 구매할 때마다 한 사람의 시력을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자신의 부스 앞에 걸어두었다. 시각장애인의 80%가 수술을 하면 나을 수 있지만 3600만 명의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시력이 없는 채 살아간다는 사실이 오늘의 KAYU를 있게 했다. KAYU는 대나무 테로 만든 선글라스를 180달러(약 21만원)에 팔아 수익금으로 시각장애인의 시력 회복을 돕는다. 그런데 왜 대나무일까? 대나무는 일반 나무보다 2배 빨리 자라고 5년 안에 완벽히 자체적으로 본모습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나무 한그루도 함부로 자르지 않겠다는 마음이 대나무 선글라스라는 다소 희귀한 조합을 탄생시키게 되었다(kayudesign.com).
이번 ‘윤리적 패션’ 행사는 영국패션의회(british fashion council)가 주관하는 친환경적 지속가능한 도전(eco sustainable initiative)의 일환으로 첫 회에는 13명의 디자이너 브랜드로 출발했던 것이 28명 디자이너의 모임체로 발전했다. 전체 기획은 친환경 브랜드인 프롬 섬웨어(From Somewhere)의 창립자인 오르솔라 드 카스트로(Orsola de Castro), 필리포 리치(Filippo Ricci) 및 영국패션의회가 공동으로 맡았다.
런던패션대학의 지속가능한 패션센터는
지속가능한 패션센터(Centre for Sustainable Fashion, CSF)는 의류업체 중심인 패션위크 참가 업체 중 유일한 학술기관이라는 점에서 이색적이다. 런던패션대학(London College of Fashion)에 위치한 지속가능한 패션센터는 ‘에코 패션’ 업계에서 ‘브레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3년 전에 설립됐으며 런던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패션사업 모델을 발굴한다는 신조 하에 리서치, 교육 프로그램 개발, 전문가 과정 운영 등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일대일 카운슬링이 에코 패션업체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창작, 생산, 프로모션과 관리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망라하는 CSF의 프로그램은 개별 디자이너들의 ‘에코 소신’만으로는 취약하기 쉬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주력한다. 그 중 올해에는 4개의 ‘우수’ 에코브랜드(White Tent, Lowe-Holder, Nyonyo & Yayra, Partimi)를 선정하여 이번 행사에 함께 참여시켰다. (홈페이지 sustainable-fash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