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다 실망시킨 복지부 낙태 대책
양쪽 다 실망시킨 복지부 낙태 대책
  • 임유경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03.05 17:43
  • 수정 2010-03-05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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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0만원 양육비…현실성 없어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전재희)가 불법 낙태에 대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지만 각계에서 이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1일 발표한 ‘불법 인공임신중절예방 종합계획’에 따르면 복지부는 ‘보건복지 129 콜센터’를 개설해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위기임신’ 전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울러 129 콜센터 내에 불법 낙태 의료기관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실명 신고 건에 대한 현장조사를 거쳐 신고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면 수사기관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임신·출산한 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건강관리와 양육 및 자립 지원도 약속하고 있다. 청소년 위기 임신을 발견하는 즉시 보건소 진료, 철분제 지원 등과 함께 산전·후 건강관리, 모유 수유, 영유아 돌보기 교육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비혼 한 부모의 자녀 양육을 돕기 위해 청소년 한 부모가 24세가 될 때까지 월 10만원의 아동양육비와 월 2만4000원의 의료비를 지원하고, 빈곤 대물림 단절 및 경제적 자립을 위해 기초수급권자는 월 5만원, 최저생계비 150% 이하 가구는 20만원 한도까지 자산형성계좌(본인 저축금액만큼 정부에서 저축액을 지원)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밖에 10대, 20대를 대상으로 성 절제교육 및 피임 실천방법을 교육하고 산부인과 접근이 용이한 기혼 남녀를 위해서는 산부인과 등의 의료기관에 의한 피임 및 계획 임신에 대한 교육을 제공할 방침이다. 또 산부인과 경영 지원을 위한 분만 수가 인상으로 출산친화적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복지부의 계획에 대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프로라이프 의사회와 같은 의료계와 여성계, 진보 정당 등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대책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낙태수술을 한 병원에 대한 신고를 받아 고발 조치하겠다는 안은 산부인과 의사와 환자 등 국민을 범법자로 모는 대책”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 산부인과의 분만수가 인상안에 대해서도 “산부인과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일반 산부인과의 70%는 분만을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일부 병원에만 해당되는 대책”이라며 실효성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어 불법 낙태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를 어느 선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거쳐 모자보건법을 개정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낙태근절 운동을 주도하고 정부에 낙태 근절을 위한 정책 시행을 요구해 온 프로라이프 의사회는 의사회대로 이번 복지부의 종합대책이 “단속과 지원 정책이 모두 미미한”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며 비판 하고 있다. 프로라이프 의사회 관계자는 “불법 시술에 대한 고발 창구가 없어서 (고발을) 못 하는 것이 아니다”며 “불법 사실을 순수한 마음에서, 신분을 노출하면서 고발까지 하는 경우는 드물 것이고 실사를 나가 조사를 벌인다고 해도 현장을 덮치지 않는 한 낙태 사례를 잡아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비혼 한 부모 지원 정책에 대해서도 “청소년에 한해 월 1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턱없이 부족할 뿐더러 낙태 건수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기혼모들의 낙태를 줄이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정진주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도 신고센터 개설안에 대해 “낙태를 줄일 수 있는 전반적인 인프라가 구축이 안 된 상태에서 신고제만 도입할 경우 낙태를 감소시키기보다는 여성들을 안전한 낙태를 할 수 없는 상황, 낙태 후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갈 수 있다”며 우려했다.

한편 일부 여성계와 시민사회단체, 대학 여성자치단위들은 5일 청계광장에서 ‘여성의 임신·출산 및 몸에 대한 결정권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복지부 종합대책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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