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여성의 날’ 102주년을 기념하는 한국여성대회가 3월 6일 열렸다. 지난해 여성대회의 슬로건은 ‘여성이 만들어요. 빈곤과 폭력이 없는 행복한 세상’이었다. 올해는 ‘여성의 참여로 희망을 현실로!’라는 슬로건 아래 전국에서 모인 여성단체 회원과 1000여 명 이상의 여성이 거리행진도 벌였다.

이번 여성대회는 그 어느 해보다 남다르다. 그 이유는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여성대회 이후 15년이 지난 시점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 한국여성대회는 과연 15년 동안 무엇을 이룩했고,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냉철하게 반성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더불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리기 때문에 여성의 실질적인 정치세력화를 이룩하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대회는 베이징 여성대회의 정신이 살아 숨 쉬면서 여성 유권자들의 능동적인 참여에 불을 댕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지방선거 결과를 여성 정치참여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이러한 소망의 실현에 대해 확신을 갖기 어렵게 한다.

한국선거학회가 2006년 지방선거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할 후보나 정당을 고르는 데 정보가 충분했느냐”라는 질문에 여성은 47.4%만이 ‘충분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남성의 경우는 56.2%였다. 정보뿐만 아니라 선거에 대한 관심과 투표 참여도 여성이 저조했다. 선거에 관심이 있었고 실제로 투표한 ‘능동적 참여형’의 경우, 남성은 그 비율이 53.9%였지만 여성은 42.5%에 불과했다. 반면, 선거에 관심도 없고 기권한 ‘탈정치형’의 경우 남성은 19.5%였지만 여성은 29.0%로 훨씬 많았다. 더욱이 정보화 시대에 이슈 제기와 정보 전달의 핵심 매체인 인터넷 의존도에서도 큰 차이가 발견된다. 남성의 경우 12.6%가 인터넷을 통해 중요한 정보를 습득하는 반면, 여성의 경우 그 비율이 7.8%로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런 조사 결과들을 토대로 남녀 간에 정보 습득 매체, 후보 및 정당에 대한 정보량, 그리고 선거 및 정치 관심에서의 차이가 여성의 정치참여와 정치 세력화를 방해하고 있다는 가설을 제기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의 정치참여와 정치 세력화의 실천적인 대안의 출발점은 여성들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정치와 선거에 대한 관심의 창을 열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통과 권위를 확보하고 있는 여성운동 시민단체들의 역할과 활동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부각된다.

여성단체들이 여성에게 관심 있는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고 이를 공론화시켜 여성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정치에 무관심하고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젊은 세대를 위한 맞춤형 어젠다를 개발하고 이를 쟁점화할 필요가 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여성의 경우 2002년 지방선거와 비교해 볼 때 30대 이하 젊은 세대에서는 투표율이 증가했다. 20대 초반 여성의 투표율은 4.6%포인트(p), 20대 후반 여성은 3.2%p 상승했다. 20대 초반 남성의 투표율이 0.6%p 하락한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한편 30대 초반 여성의 경우는 2.3%p, 30대 후반 여성은 0.1%p 증가했다.

젊은 여성 세대의 투표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정치참여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여성단체들은 이러한 긍정적 변화를 토대로 젊은 여성세대가 “우리가 참여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효능감(efficacy)을 강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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