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현장 입간판에‘잠실대교 북단 도로확장 공사’로
만 표기됐고, 심한 소음에 구청과 공사현장 관계자들에
게 문의해봐도 똑같은 답변뿐이었습니다. 골조가 높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서야 일반적인 도로확장 공사가 아님
을 직감하게 됐고, 11월 23일에야 잠실대교 북단 바로
우리 집 앞에 고가도로가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됐죠. 서
울시에선 이미 86년부터 계획된 사업이었고, 96년 세계
일보·문화일보에 공사개요 공고가 나갔다는데, 왜 직접
피해당사자인 주민들은 이제야 알 수밖에 없었는지 서울
시와 광진구에 정말 되묻고 싶습니다.”
12월 15일 여성신문 인터넷에 올라온 현대 강변아파트
(광진구 자양2동 673번지) 주부들의 항변이다. 잠실대교
의 교통체증을 완화하기 위해 서울시가 대교 북단에 위
치한 12층 아파트 2개 동 바로 앞에 6~7층 높이의 4차선
고가도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흥
분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현재 분개하고 있는 것은 ▲
주민설명회조차 열리지 않아 마지막 교각을 바로 아파트
앞에 세우면서 공사가 20% 진척된 상황에서야 주민들이
고가도로 건설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점 ▲현장 입간판에
‘잠실대교 북단횡단 고가도로 공사’라고 명시하지 않
은 점 ▲처음 사업계획 때부터 주변 광양 중·고등학교,
아파트에 미칠 환경·교통 영향평가를 소홀히 한 점 ▲
주민의 사생활과 조망권 침해, 재산상 피해 등에 둔감했
던 점 ▲광진구청조차도 주민들이 항의하기 전까지 공사
개요를 정확히 몰랐다는 점 등이다.
주민들은 11월 말부터 구청장·서울시 도로국장·건설안
전 관리 본부장 등을 면담했지만 “서울시 사업이기에
구청과는 무관하다”, “96년 이미 공람공고를 내 법적
절차는 끝났다”, “주민의 이의제기가 없어 시행했다”
등의 성의없는 답변 일색이어서 뾰족한 해결방안이 보이
지 않는다. 이에 주민들은 공사현장에서 네 차례, 건설안
전 관리본부 정문과 구청에서 각 한 차례씩 항의집회를
가졌지만 행정관행의 두터운 벽을 실감했을 뿐이었다.
강변아파트 주민들은 이래저래 너무나 부당하다는 생각
뿐이다. 이 아파트는 91년 한국전력 주택조합 아파트로
설립돼 12층 33평형 2개 동에 208세대가 입주했다. 분양
당시 주변의 문화유적지로 허가가 3년이나 지연됐고, 이
과정에 문화유적지 복원비용으로 조합원들은 1억여 원과
세대당 350만원의 개발부담금을 부담해야 했다. 또 광양
고교-아파트 사이길 이면도로 건설부담금도 주민들의
몫이었다. 주민들이 이런저런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아파
트 입주를 결심한 것은 한강을 마주한 시원한 전망때문
이었는데, 이제 이 즐거움까지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주민들에겐 “우리는 서울시민이 아닌가,
지하철 2호선도 유독 광진구에서만 지상화됐고 모든 교
량도 광진구에서만 지상화돼 우리 지역을 황폐화시키는
가”라는 피해의식까지 생겨나게 됐다. 아파트 부녀회장
황인숙씨는 “잠실대교 북단에만 고가도로 설치를 강행
하려는 것은 대교 남단과는 상당히 차이나는 조치가 아
닌가요? 서울시가 강남사람과 강북사람 간의 소득과 교
육 수준차이를 고려해 차별을 조장하지나 않나 하는 의
심이 듭니다”라고까지 말한다.
‘이미 결정난’ 사업계획이란 이유만으로 주민들의
‘알’ 권리와 ‘생활권 사수’ 권리에 둔감한 서울시와
자치단체에 던지는 주민들의 항변이 허공을 가르는 ‘메
아리’로 끝나고 말 것인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이 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