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통화정책이다. 통화정책이란 통화량(시중에 돌아다니는 화폐의 양)을 잘 조절해서 경기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최근 FRB가 재할인율 인상 조치를 취했다. 그러자 세계 증권시장에서 일제히 주가하락세가 나타났다. 이어 많은 분석과 전망이 쏟아져 나왔다. 그 때마다 긴축정책, 출구전략, 환율 상승과 같은 쉽지 않은 용어들이 쏟아진다. 상당한 금융지식이 필요한 것처럼. 그러나 핵심만 알면 절대 복잡한 얘기가 아니다.
정말 그런지 핵심을 짚어보자.
◆ 재할인율 : 쉽게 정리하자. 중앙은행에서 일반 은행에 긴급하게 돈을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다. 중앙은행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금융거래를 안 하지만 은행에서는 저축도 받고, 급히 필요하다면 대출도 해준다. 중앙은행을 ‘은행의 은행’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재할인율을 올리면 시중은행들도 예금 및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일반 기업으로 말하면 원가 상승 요인이다. 금리 인상→저축의 증가→시중 통화량의 감소→투자 자금의 감소에 따른 증권시장 위축으로 이어진다.
저축이 늘어나면 왜 통화량이 줄어들까. 은행에 저축한 돈의 일부는 의무적으로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한다(이것이 ‘지급준비율’로 재할인율과 함께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통화량 조절정책의 하나다). 이런 대목에서 쓰는 ‘긴축정책’이란 통화량을 줄이는 정책이란 뜻이다.
◆ 출구전략 : 본래의 뜻은 전쟁을 마무리 짓는 시점에서 취하는 다양한 전략을 말한다.
지금은 경기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올 때 취하는 정책을 말한다. 전에 없이 이것이 세계적인 이슈가 된 것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동시 경기침체’에 빠졌기 때문이다.
출구전략을 쉽게 정리하면, 경기가 상승세로 접어들었다→그대로 두면 물가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생겨 문제가 된다→이것을 막기 위해 통화량을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더 요약하면 ‘출구전략=경기가 살아나는 데 따른 후속 대책’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이번에 재할인율을 올린 것은 출구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 환율상승 :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많은 언론이 “실추된 달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금융위기 이후 달러의 가치는 하락세를 보였다. 달러의 가치 폭락으로 금 사재기가 나타나 ‘사상 최고의 금값’을 기록할 정도로 달러는 ‘굴욕’의 모습을 보였다.
그 이유는 달러를 너무 많이 발행했기 때문. 흔해지면(공급 증가)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무엇이든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번에 달러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 금리는 ‘돈의 값어치’다.
그러니까 금리 인상은 달러의 가치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원화의 가치는 낮아지게 된다. 원화의 가치 하락은 달러에 비해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다는 뜻이다(1달러에 1100원에서 1200원이 될 때 ‘환율이 오른다’ ‘원화의 가치가 낮아진다’고 한다).
달러가치의 상승은 원화 환율상승. 이때 수출기업들은 어떻게 될까. 같은 1달러를 수출해도 전보다 더 많은 원화를 확보할 수 있다. 이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번 미국의 조치가 원·달러 환율상승으로 우리나라 무역수지 흑자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을 이해하게 됐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