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의 힘을 믿으면 희망이 보입니다"

 

사회의 편견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장애여성들의 삶을 ‘장애여성 공감’이 10년 활동사 안에 풀어냈다. ‘충분히 느리고 유쾌하고 까칠한’이라는 책의 부제처럼 제도권으로부터 자유롭게 독자적인 목소리로 만들어 온 그녀들의 10년을 배복주(39·사진)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 소장을 통해 들어보았다.

“우리를 통제하거나 관리하려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했습니다. 저희들만의 목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애쓴 10년이었습니다. 다음 10년은 좀 더 많은 장애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존의 틀이 아닌 독자적인 활동을 위한 노력은 ‘장애여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까지의 과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여성 장애인’은 ‘장애인’이라는 말 앞에 ‘여성’을 붙여 기존 장애인 개념의 부속물과 같은 반면 ‘장애여성’은 장애를 가진 여성의 독자적 영역을 나타내기 때문에 더 적합하다고 그들은 이야기한다.

“‘장애인’이 여성보다는 남성을 연상시키고, 여러 장애인 문제가 남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 문제’가 해결되면 장애여성의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는 성급한 생각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이 배제된 대표성에는 문제가 있고 장애여성과 장애 남성은 인식 자체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우리들만의 운동이 필요합니다.”

배복주 소장은 “사회운동이나 인권운동 속에서 장애여성 의제가 많이 채택되고 있는 것이 지난 10년의 변화”라고 평가했다.

“제도와 정책이 아직도 미흡하지만 관련 예산이 만들어지고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장애여성 부분이 들어가는 등의 성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장애여성 활동과 운동가 스스로가 조금은 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러 갈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사회복지 대상자에서 주체로 자존감을 높이게 됐습니다.”

장애여성 공감은 반 성폭력운동과 잡지 ‘공감’ 발행, 장애여성캠프 운영, 다큐멘터리 제작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장애여성의 삶을 이야기해왔다. 배 소장은 지난 10년의 성과에 대해 뿌듯해하면서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장애여성에 대한 양면적인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장애여성은 굉장히 나약하면서도 순종적인 반면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성적 대상으로 표현됩니다. 이런 이미지로 인해 장애여성은 주체나 사회적 리더로 보이지 않고, 무능한 보호의 대상이라는 편견이 강해져 실제로 폭력에 쉽게 노출됩니다.”

사회가 한 사람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운동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그는 장애여성을 믿으라고 주문한다.

“장애여성에게도 주체권과 통제권을 주어야 합니다. 시행착오의 경험 자체가 그 사람에게는 자산이 되죠. 장애여성의 힘을 믿으세요. 그러면 희망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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