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직업분리 강화, 저임금 일자리 여성집중 등 우려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퍼플잡’이 오히려 여성의 고용 차별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퍼플잡은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도록 단시간 근로, 재택근로, 시차 출퇴근제 등 유연한 근로형태가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으로 여성부가 올해부터 도입해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여성고용정책 진단 및 대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야당과 여성단체, 공무원 노조 관계자 등은 “유연근무제가 남녀 간 성별 직업 분리를 강화하고 여성들이 저임금 일자리에 집중되는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날 발제에 나선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순히 여성을 위한 단기간 일자리를 다수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일과 생활의 양립을 원하는 (남녀) 모든 노동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로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보육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퍼플잡이 여성 일자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와 같은 우려와 함께 다양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김인숙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우리나라 기혼 여성 4명 중 3명이 비정규직이고, 남녀 간 임금격차가 큰 현실을 볼 때 퍼플잡의 도입은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고 사회보험 혜택도 못 받는 여성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며 여성부가 퍼플잡 도입을 다시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박인숙 전 민주노동당 여성위원장도 “퍼플잡은 여성노동 고난의 또 다른 상징”이라며 “질 낮은 여성 일자리 창출의 연장선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공부문 노동조합 탄압과 맞물려 공공부문 노동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박은희 공무원노조 여성위원장은 토론에서 “시차출퇴근제와 같은 유연근무제는 찬성한다. 유연근무제라서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며 “한 여성 노동자가 평생 유연근무 직종에 종사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것을 명확히 짚었다. 그는 이어 “유연근무제 도입으로 인한 업무 공백 해결책으로 대체근무자를 지정하거나 시간제 계약직 공무원을 채용할 경우, 부서 내 다른 공무원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여성 노동자를 더욱 기피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단시간 근로의 특성상 보조업무 혹은 주변업무로의 배치가 우려되며 경력의 차이에 기인한 보직배치, 승진 등에 있어서 남녀 격차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연근무제 도입 시 보완하거나 먼저 마련해야 할 조처들에 대한 제안도 이어졌다. 이 교수와 심재옥 진보신당 여성위원장은 ‘단체협약을 통한 비정규직 보호’ ‘대기업의 유연근무제 남용 차단’ 등을 주문하는 동시에 유연근무를 채택해도 인사상·임금상의 불이익이 없는 인사 및 평가제도를 개발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토론자 구성의 편향성을 이유로 들어 여성부 관계자가 불참한 채 토론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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