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정 교육비 비중, 선진국의 10배 육박
사교육비와 성적은 정비례하지 않아

한국은행이 지난해 발표한 ‘우리나라 가계 소비의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소비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4%로 분석됐다. 이는 미국(2.6%), 일본(2.2%), 영국(1.4%), 프랑스(0.8%), 독일(0.8%)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3배에서 최고 10배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 특히 지난 2000년보다 공교육비 비중은 3.5%에서 3.8%로 0.3%포인트 증가에 그친 반면, 사교육비 등 기타 교육비 비중은 1.9%에서 3.6%로 크게 늘었다. 교육비 지출 증가의 주범이 바로 사교육비라는 말이다.

통계청은 전국 초·중·고교의 사교육비 규모를 2008년 기준 20조9000억원, 학생 1인당 월평균 23만3000원, 사교육 참여율은 75.1%로 추정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자료에서도 우리나라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3만3000원으로 나타났다. 소득수준에 따라서 적게는 5만4000원에서 47만4000원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 초·중·고교생 거의 모두가 학원을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교육비도 평균치를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지나치게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은 부모의 노후준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06년 서울의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노후대책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4.9%가 ‘노후자금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노후자금을 준비하지 못하는 이유로 30∼40대 응답자 중 대부분이 ‘자녀 사교육비’를 첫손에 꼽았다.

실제 사교육비를 많이 지출하는 문화는 우리 삶의 질 전체를 저하시킨다. 과외나 학원비 등의 사교육비를 제외하고도 가족의 문화생활은 대부분 어린이 뮤지컬이나 연극, 각종 체험전 등에 참여하는 데 쓰이고 책을 구입할 때도 부모가 아닌 아이들이 읽는 학습 서적이나 동화책을 사는 데 나간다. 이런 작은 사교육 비용까지 합치면 교육비 지출은 어마어마한 수준이 된다.

사교육비 부담이 크지만 무턱대고 교육비를 줄이기는 어려운 일. 교육비 줄이는 데도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 사실 관심을 갖고 둘러보면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이미 존재한다. 최근 각 지자체와 일선 학교에서 동영상 강의를 비롯해 영어독서 교육, 글쓰기 교육 등 다양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체험학습을 무료 또는 저가에 진행하고 있다. 수업의 질도 민간 사교육에 버금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공교육 내실화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과도한 사교육으로 부모는 부모대로 돈 쓰느라 가난해지고 그로 인해 삶의 질도 저하되며 노후 여유자금도 사라진다. 아이는 아이대로 스트레스는 커지고 자신감은 떨어진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이 바로 현명한 소비인 것.

과외를 시키고 많은 학원에 보내야만 성적이 오른다는 믿음부터 버리자. 공부를 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외를 많이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집중력을 갖고 공부할 수 있도록 믿어주는 것임을 명심하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양적인 숫자가 아닌 행복과 만족감이 바로 아이의 인생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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