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폭력에 ‘침묵’했던 아픈 기억

6살 딸과 4살 아들의 엄마인 나. 결혼한 지 7년차가 됐는데도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을 때가 간혹 있다. 그런데 얼마 전, 나에게 엄마로서의 자신감을 잃게 만드는 일이 일어났다.

지난 연말, 아들을 가정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었는데, 그날은 좀 늘쩡거리다가 11시에 데려다 주게 되었다. 아이들이 프로그램을 하고 있을 시간이라 조용히 문을 열었는데, 거실에 모여 있는 아이들 모습이 그날따라 유난히 산만하고 불안해 보였다. 왜 저럴까, 생각하는 순간 한쪽 방에서 원장이 신경질적으로 질러대는 소리가 들렸다. “야 이놈의 XX야, 자라고 하면 자야 될 거 아니야? 어?”하더니 뒤이어 알 수 없는 퍽, 퍽 소리가 들렸고, 그 때까지 징징거리던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거실 쪽에서 다른 선생님이 뛰어 나왔다. 내가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아, 아이가 아파서…”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황급히 우리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는 선생님한테 떠밀리듯 나오게 되었는데, 어린이집 문을 나서서야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그 아파트 동 앞 벤치에 앉아 엉엉 울었다. 말도 잘 못하는 아픈 아이를 맡기고 가야 했을 그 엄마의 마음을 생각하니 눈물이 그치질 않았다.

그 어린이집은 이 지역에서 2006년에 여성부 인증을 받은 곳이었다(당시 보육 업무 소관 부처는 지금의 복지부가 아닌 여성부였다). 당시 2곳만 여성부 인증을 받았는데, 그중 한 곳이었던 것. 유명한 생협에서 먹거리를 받아다 쓴다는 명패도 떡하니 붙어 있는 곳이었다.

그 곳에 아이를 함께 보내고 있는 다른 두 엄마들에게 조심스레 내가 목격한 ‘사건’에 대해 얘기했다. 며칠에 걸쳐 의논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나만 빼고 그들은 아직 그 곳에 아이를 그냥 보낸다. 양육 환경이 갑자기 바뀌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과, 아이들이 그곳을 특별히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 후 나는 내가 이상한가, 혹시 내가 잘못 본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나도 아이한테 잘하지 못하면서 남 탓만 하는 것 아닌가 자성해보기도 했다.

직장맘도 아닌데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긴 내게 가장 큰 잘못이 있는 것 같았다. 종종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하는 아이의 말을 무심히 넘긴 내가 엄마 자격이 있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한 달에 100만 원 가까이 하는 놀이학교를 보내는 엄마들이 그제서야 이해되기도 했다.

난 주변 사람들에게 그 어린이집에서 겪은 일을 털어놓았다.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인터넷 게시판, 소아과 의사, 심지어 소아과 병원에서 처음 만난 아기 엄마에게까지. 그 중 몇몇 분들의 충고가 마음에 남는다. 거의 모든 어린이집이 여성부 인증을 받으니 그 명패는 믿지 말 것. 그리고 이런 일은 생각보다 비일비재하니, 아이를 위해서도 엄마가 더 강해져야 한다는 것. 

아직도 나는, 내가 그 날 그 자리에서 아이를 때린 그 어린이집 원장에게 언성을 높여 항의해야 했는지에 대해선 확신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내 아이뿐 아니라 내 아이가 다니는 보육시설에서, 놀이터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다른 아이들도 한 번 더 눈여겨보려고 한다. 혹시 조용히 손 내밀고 있지는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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