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매서운 추위와 폭설에 시달리면서 2010년 1월을 보내고 있다. 지난주 전화 원격회의로 열린 세계물위원회(WWC) 집행이사회에서 프랑스 마르세유, 네덜란드 델프트, 터키 이스탄불, 워싱턴 DC, 브라질 브라질리아 등의 도시에 연결된 이사들로부터 듣는 날씨 소식은 신문지상에서 떠들던 소식보다 훨씬 실감났다. 유럽 전역에서 폭설과 한파로 빚어진 교통대란으로 차들이 차선 바깥쪽으로 박히고 길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태가 발생한 반면, 남반부인 브라질에서는 섭씨 38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 지낸다는, 지구 여러 지역에 퍼져있는 이사들의 생생한 기후 소식이었다.

기상은 물과 깊은 연관이 있다. 가끔 생각 해 보면 강력한 자기장으로 땅과 바다를 품고 있는 지구는 신비스럽다. 둥그런 지구 표면에서 땅이 바다를 담고 있나? 혹은 물로 농축된 바다가 땅을 받쳐주는지? 하여튼 지구가 자전을 하면서 ‘326,000,000 조’ 갤런이라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담고 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바다는 지구의 물 97%를 담고 있는 묵직한 물그릇이다. 바다의 온도는 땅 위에 열을 분포시키고, 동시에 해류를 큰 바다에서 순환시키면서 차갑고 따뜻한 지구의 온도를 보존 또는 변화시키고 있다.

이번 한파의 원인을 영국 사우샘프턴대학의 해양지구과학과 해리 브라이든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서 찾고 있는 보도도 나왔다. 즉, 대서양이 품고 있던 멕시코만의 난류가 지난 50년간 30%로 감소해 이미 5년 전에 예측한 지구 한랭화가 적중하였다는 것이다.

바다는 이렇게 엄청난 양의 물로 기후변화를 초래한다.

1997년과 1998년에 일어난 기후이변은 엘니뇨 현상임이 밝혀졌다. 특히 남미의 페루지역에서 극심한 홍수, 가뭄, 식량부족과 산호백화현상 및 심지어 유행성출혈열 병 원체인 한타바이러스까지 불러온 엘니뇨도 바다의 찬 기운에서 기인한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일어나기 때문에 스페인어로 ‘예수아이’ 또는 ‘남자아이’라는 뜻을 가진 ‘엘니뇨’는 몇 년에 한 번씩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난류가 동쪽으로 흐르게 만드는 현상이다.

이 난류가 남미에 다다르면 대기 중에 수분이 많아지고 폭풍우가 치고 페루의 사막지대가 진흙벌이 되는 홍수지역으로 바뀐다. 따뜻한 해류로 추운 지역을 덥게 하는 엘니뇨와 반대로 더운 지역을 춥게 만드는 ‘작은 아이’라는 뜻을 가진 차가운 해류를 보유한 ‘라니냐’도 있다.

지구상에는 물의 순환인 증발, 농축, 고체로 변환되는 과정이 항상 일어나고 있다. 물의 온도가 높아짐에 따라 고체, 액체, 기체로 성분이 바뀐다. 즉 눈, 진눈깨비, 얼음 등의 고체가 물, 비와 같은 액체로 변하고, 안개나 연무, 구름 등으로 기체화한다. 이는 물의 순환과 연계가 깊어서 물이 비, 눈, 진눈깨비 등으로 강수 상태가 되면, 물의 농축현상으로 구름과 안개로 바뀌고, 다시 증발하여 연무, 김 등으로 바뀐다. 햇볕으로 인한 지구상의 온도 변화로 물이 기체로 바뀌는 과정에 물의 순환과정으로 ‘강수→ 농축→ 증발’이 되면서 지구상의 기온에 변화가 일어난다.

바람 또한 물의 작용이다. 바다는 쉽사리 변온되지 않는 차가운 공기로 지상의 더운 공기를 위로 올려 보낸다. 차가운 공기는 내려앉고, 더운 공기가 상승하면서 바람이 불게 된다. 급작스러운 더운 공기의 상승으로 폭풍이 치기도 한다. 더운 공기가 차가워 지면서 아래로 내려오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고, 비와 눈이 오고, 온도, 기압 등의 날씨를 예측할 때 다양한 날씨 변화의 저변에는 물이 작용하고 있다.

묵직한 바다는 지구인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생활 자체를 관할하는 큰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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