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전업주부인 남자 직원만 혜택" 비난 빗발쳐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전재희)가 2자녀 이상을 낳은 직원에게 승진 가산점을 주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7일 부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출산장려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달부터 3자녀를 둔 직원에겐 승진 시 특별가점 1점을, 2자녀를 둔 직원에게는 0.5점의 가점을 준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미혼 직원 882명을 결혼시키기 위해 결혼을 희망하는 처녀·총각 직원은 문화체육관광부 등 인근 부처와 현대 등 민간기업과의 정기적인 만남 기회를 주선하겠다는 ‘단체맞선’ 계획도 밝혔다. 복지부는 출산장려금 지급과 1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 직원의 단축근무제와 임신한 여직원에 대한 당직근무 면제 등의 대책도 함께 시행키로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출산장려 대책은 복지부가 저출산 대책 주무부처임에도 기혼 직원들의 평균 자녀 수가 전체 공무원의 1.82명에도 못 미치는 1.63명으로 나타난 데 따른 것으로, 이번 대책으로 2012년까지 직원 자녀 수를 2.0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두 자녀 이상 직원에게 승진 가산점을 주겠다는 대책에 대해 관련 전문가들은 “헛다리를 짚는 정책”이라고 반응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한 결과에서도 저출산 문제를 승진과 연계시키는 것을 반대한다는 의견은 47.7%, 찬성 의견은 37.8%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의 경우 찬성(47.4%)이 반대(43.7%)보다 약간 많은 반면 여성은 반대(51.9%)가 찬성(27.8%)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연령별로는 20대의 경우 반대(63.1%)가 찬성(30.6%)을 크게 웃돌았다.

정진주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교수는 “형평성과 사회통합을 해치는 정책”이라며 “공정한 경쟁의 원칙에도 어긋나고 자산이 많거나 고소득 남성이면서 배우자가 전업주부인 사람들이 주로 수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설문조사에서도 젊은 여성들이 반대를 많이 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다자녀를 낳고 싶어도 주변 여건이 안 돼서 못 낳는 여성들, 출산과 육아를 병행하느라 안 그래도 남성들과 경쟁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직원들이 승진에서 밀릴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미혼 직원의 결혼을 장려하기 위해 단체맞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난센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여성정책 전문가는 이 계획에 대해 “코미디”라고 냉소하며 “보건복지가족부 직원은 결혼과 출산의 의무를 다해야 될 수 있는 거냐”고 반문했다. 권수현 한국여성민우회 정책위원은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 자체가 육아와 출산에 적대적이어서 생기는 저출산 문제를 개인이 결혼을 안 하는 문제로만 탓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이번 대책에 대한 비판과 국민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계획대로 출산 장려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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