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를 외쳐온 지 벌써 네 대통령째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부터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오늘날의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세계화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소원처럼 되어 버렸다. 온 세계의 200여 개 국가가 서로 맞물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데, 우리도 하나의 톱니바퀴가 되어 이에 동참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전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석유와 식량자원의 자급자족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는 수출로 돈을 벌어들이고, 그 돈으로 필요한 식량과 석유를 사와야만 존재할 수가 있다. 이런 수출입 교역에 성공한 덕분에 우리나라는 세계 12위의 경제 규모를 갖춘 국가로 성장했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에 이르려면 국민당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는 넘어야 되는데, 10여 년이 넘도록 2만 달러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화란 화두가 국민들 사이에 쉽게 퍼졌다. 선진국에 이르려면 외국을 상대로 수출을 많이 해야 하고, 수출을 많이 하려면 국민이 세계화되어야 한다는 간단명료한 논리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들은 세계화를 촉진하기 위한 많은 정책을 내세웠고 실천도 했다.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규제 완화, 금융 투명성 등이 대표적 사례이고, 교육 쪽으로는 영어교육의 강화가 아주 눈에 띄는 사례다. 할 만한 것은 골라서 잘 한 것 같다. 그런데 한 가지 손을 못 댄 것이 있다. 행위규칙의 세계화 노력을 했어야 했다. 

세계의 교양 있는 사람들이 지키며 살고 있는 행위규칙을 우리도 함께 지켜야 한다. 그래야 소통이 된다. 언어적 소통만이 아니라 신뢰의 소통이 있어야 진정한 거래(transaction)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영어를 잘해서 언어적 소통은 잘 되어도, 약속과 계약을 잘 지키지 못하면 신뢰 있는 소통에 금이 간다.

모든 비즈니스를 하면서 정직하고, 투명하고, 친절하고 예절바르게 해야 그 거래가 오래 가고 더 깊어진다. 행위규칙의 세계화에 성공한 경우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그 거래는 곧 끝나고 깊어지지 못한다. 행위규칙의 세계화에 실패하면 그렇게 된다.

세계 여러 나라가 서로 엉켜서 거대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데 우리도 이 톱니에 맞물려 돌아가려면, FTA도 필요하고 규제 완화도 필요하고 영어 잘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신뢰와 존경과 자부심 같은 도덕적 인정감(認定感:moral recognition)과 유대감(紐帶感:connectedness)이다. 기본적인 예절과 덕목을 갖춘 교양인이라는 인정감과 그래서 더불어 사귀고 비즈니스를 할 만하다는 유대감이 세계화라는 거대한 톱니바퀴에 동참하는 입장권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영어 잘하는 것이 입장권인 줄 착각하는 사람도 있는 듯한데, 행위규칙을 세계화하지 못하면 그 입장권은 큰 의미가 없다.

개인 사이에서도 그렇지만 국가나 기업조직 사이에서도 신뢰와 존경과 자부심이 형성되어 있어야 모든 상호작용이 활발하고 진지하게 펼쳐진다. 수출과 수입이라는 기업 간, 국가 간의 상호작용도 예외가 아니다. 상호 간 도덕적 인정과 유대감이 깊은 곳에서는 상거래를 포함한 모든 인간관계가 깊고 심오해진다. 그래서 우리 개인이나 기업이 외국의 여러 나라 사람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 자신들의 행위규칙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 일이 바로 세계화 노력의 핵심 축(軸)이 되어야 한다.

신뢰와 존경과 자부심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이 덕목들은 함수덕목(函數德目)들이다. 즉 다른 하위 덕목들이 지켜지면 생겨나는 덕목이고, 안 지켜지면 아예 생기지도 않는 덕목이다. 정직, 약속, 용서, 책임, 배려, 소유와 같은 덕목은 이 함수덕목들의 하위덕목이자 독립덕목(獨立德目)이다.

이 독립덕목들이 잘 지켜지면, 신뢰와 존경, 자부심은 서서히 안개가 짙어지듯이 깊어져 간다. 안 지켜지면 그 반대다. 어느 사이엔가 안개가 사라지듯이 신뢰와 존경과 자부심이 꼬리를 감춘다. 정·약·용·책·배·소(정직-약속-용서-책임-배려-소유)가 그래서 중요하다.

이 여섯 개의 덕목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가 지키고자 애써온 행위규칙들이다. 이런 행위규칙의 준수 여부나 정도에는 개인차도 있지만, 국가별 차이도 있다. 역사에 남는 위인들 중엔 이에 목숨을 건 분들이 많았고, 역사상의 강국들은 이 덕목이 활성화됐을 때 정점에 있었다. 우리가 지금 잃고 있는 법치(法治)도 바로 이 여섯 가지 행위규칙의 비활성화 탓이다.

그래서 이 여섯 가지 독립덕목을 활성화시켜서 세계화, 즉 세계의 교양인들이 지키는 수준만큼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것을 우리는 행위규칙의 세계화 또는 도덕의 세계화라고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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