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착한 아이디어’에 도전하라
세상을 바꾸는 ‘착한 아이디어’에 도전하라
  • 권지희 / 여성신문 객원기자
  • 승인 2010.01.08 11:13
  • 수정 2010-01-08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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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 대안기업, 인문학 등 영역 무한대
분노 아닌 상상력으로 한국 사회 재구성 구슬땀

사회는 완전하지 않다. 대신 인간에게는 사회를 완전하게 만들 상상력이 있다. 분노가 아닌 상상력을 무기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가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부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사회의 재구성’을 위해 발로 뛰고 있는 한국의 대표 소셜 디자이너들을 만나보자.

세상에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은 드물다. 보다 인간적이고, 민주적이고, 효율적이고,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선뜻 내디디며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실천을 끌어내며, 종국에는 우리 사회를 새롭게 바꿔가는 사람들. 소셜 디자이너에게는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가 있다.

시민운동 모델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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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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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운동이라고 하면 거리 집회가 전부로 여겨지던 1980년대, 데모가 아닌 대안운동을 꿈꾼 사람이 있었다. 1대 소셜 디자이너를 자부하는 박원순(54)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다. 권인숙 성고문 사건, 서울대 우 조교 성희롱 사건 등을 맡으며 자칭 ‘잘 나가는 인권 변호사’였던 그는 대안운동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 1995년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변신을 꾀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동통신 전파 사용료 폐지 소송, 국내 최초의 소액주주 운동인 삼성전자 주주대표 소송 등 10년간 각종 소송으로 무려 2조원의 돈을 국민에게 돌려줬다. ‘그들만의 리그’였던 시민운동을 국민의 삶과 연결된 ‘우리들의 리그’로 전환시킨 것이다.

도전은 계속됐다. 2002년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2003년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2006년 희망제작소까지 박원순 상임이사의 아이디어는 그칠 줄 몰랐다. 그중에서도 희망제작소는 소셜 디자인의 종합세트로 불린다. 일례로 사회창안센터는 수영장 생리할인, 과자류 제조일자 표기 등 작지만 의미 있는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옮겼다. 박원순 상임이사가 고안한 ‘해피빈’도 누구나 나눔에 쉽게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제2,3의 소셜 디자이너 양성에도 적극적이다. 전문직 퇴직자들에게 민간 비영리 기관 등 새로운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해피시니어 행복설계 아카데미’, 소셜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소셜 디자이너 스쿨’ 등이 대표적이다.

생명을 살리는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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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정 세이브더칠드런 자원개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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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아름다운 이유는 하나의 희망이 또 다른 희망을 낳기 때문이 아닐까.

최혜정(49)씨는 잘나가는 광고인이었다. 2002년 레오버넷코리아 제작이사로 재직할 당시 맥도널드 광고 ‘목숨 걸지 맙시다’로 세계 3대 광고제 중 칸 광고제 은사자상과 뉴욕 광고 페스티벌 금상을 휩쓸었다. 누구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임원이었지만, 희망제작소 해피시니어 과정은 그의 후반기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는 2008년 고액 연봉과 안정된 지위를 버리고, 세계의 가난한 어린이들을 돕는 국제단체 ‘세이브더칠드런’으로 자리를 옮겼다.

‘기획의 달인’ 최혜정 자원개발부장은 NGO 히트상품으로 꼽히는 ‘신생아 모자 뜨기 캠페인’을 탄생시켰다. 아프리카 신생아들이 사망하는 3가지 원인 중 하나가 저체온증이고, 털모자만 써도 체온을 2도 이상 올릴 수 있다. 최혜정 부장은 단순히 돈을 기부하는 방식을 벗어나, 사람들에게 직접 털모자를 짜도록 하는 ‘참여형 기부 모델’을 만들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08년에만 목표량 1만5000개를 훌쩍 넘긴 3만3000개가 판매됐다. 그는 아이디어 하나로 굳게 닫혀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아프리카의 수많은 생명을 살렸다. 그가 아이디어 하나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세이브더칠드런 한국지부 연평균 수입 250억원 중 150억원에 달한다.

희망을 파는 대안기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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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준 탐스슈즈 한국 수입·유통법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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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제공
생명을 살리는 아이디어는 NGO만의 영역이 아니다.

희망제작소 소셜 디자이너 스쿨 1기 출신인 임동준(33)씨는 미국에 본사를 둔 탐스슈즈(TOMS Shoes)의 한국 수입·유통법인 이사를 맡고 있다. 2006년 미국의 한 청년 사업가가 만든 이 회사는 고객이 신발 한 켤레를 구매할 때마다 신발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한 켤레씩 전달하는 일대일 기부(One for One)를 창립 이념으로 삼고 있다.

당시 대기업인 삼성물산 해외영업팀에 근무하고 있던 임동준 이사는 탐스슈즈를 발견한 뒤 곧바로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광고나 홍보를 일절 하지 않았는데도 2007년 7월 쇼핑몰을 시작한 이래 2009년 6월 현재 총 4만2000켤레가 판매됐다. ‘신발을 구매하는 작은 행위가 다른 이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탐스슈즈의 설립 목표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낸 결과다.

스스로를 “좋은 일을 하면서도 돈도 버는 행운아”라고 말하는 임동준 이사. 그는 자신처럼 희망을 파는 대안 기업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한다.

변화는 책 한 권으로부터 

 

허아람 인디고서원 대표
허아람 인디고서원 대표
소셜 디자이너에 나이 제한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사람이 있다. 부산에 위치한 청소년 인문학 서점 ‘인디고서원’을 이끌고 있는 허아람(38) 대표다.

허아람 대표는 올해로 19년째 독서토론수업 ‘아람샘’을 운영하고 있다. 다른 논술수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른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인문학 책을 함께 읽고 자유롭게 토론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2004년 8월 인문학 책만 판매하는 인디고서원을 세웠다. 책을 읽은 이후를 고민하는 아이들의 창조적 지혜를 믿었기 때문이다.

변화는 놀라웠다. 인디고 아이들은 소외계층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클레멘트 코스’를 소개한 책 ‘희망의 인문학’을 읽고 전국의 또래 친구들과 인문학의 기쁨을 나누는 ‘정세청세(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 토론모임을 만들었다. 프랑스의 두 청년이 ‘또 다른 무하마드 유누스’들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돌아다닌 이야기를 담은 책 ‘세상을 바꾸는 대안 기업가 80인’을 읽고는 전 세계 지식인들을 만나러 다니는 ‘인디고 유스 북페어’를 기획했다.

인디고 아이들은 1년 반 동안 6개 대륙을 돌아다니며 하워드 진, 놈 촘스키, 지그문트 바무먼 등 세계적 석학들을 만났고, 2008년 8월 6개 대륙 45명의 창조적 실천가들을 초청해 성공적으로 행사를 개최했다. 올해 8월에도 2회 북페어 행사를 열 예정이다.

인디고 아이들이 단지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꿈을 실현해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한 권의 책과 그 책을 함께 읽어준 허아람 대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허아람 대표는 말한다. “내 가슴을 뜨겁게 해주지 않는 책은 읽지 마라. 그리고 단 한 줄의 변화를 내일로 미루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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