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핑크’, 고전에 대한 발랄한 전복 시도
네이버 인기 웹툰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동화’(이하 실객동)는 지난 6월 이런 예고편으로 시작됐다. “99%의 허구에 1% 사실을 보태는 순간 동심의 세계는 발작을 일으킨다”는 문구로, 예고편인데도 답글이 100쪽이 넘도록 달리며 네티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이후 실객동은 현재 최고의 인기 웹툰으로 자리 잡았다. 팬카페(http://cafe.naver.com/pinkvajim)도 생겼는데 회원 수가 1만 명을 넘어선다.
‘선녀와 나무꾼’ ‘효녀심청’부터 ‘소나기’ ‘운수좋은 날’ 등 단편소설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작가 ‘무적핑크’는 수많은 작품들을 그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갓 수능을 치러낸 고3 수험생의 심정을 담기도 했고, 꿈을 잃어버린 채 현실을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30대 직장인의 고민을 담기도 했다. 초등학교부터 성인까지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할 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고민을 깊이 있게 담아온 터라 대다수가 ‘무적핑크’를 ‘30대, 남자’로 예측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작가 ‘무적핑크’는 ‘변지민’(사진)이라는 스무 살의 여대생이었다. 독자들도 “말도 안 돼, 여자라니요!” “그것도 스무 살 여자!”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현재 서울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무적핑크는 중1 때부터 블로그에 자신의 삶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면서 여러 UCC 공모전에 입상해왔고, 그 결과물은 올해 2월 ‘고3생존비기’(이미지박스)란 책으로 엮이기도 했다.
제일 평범하고 토 달기 어려운 ‘동화’를 대상으로 편견 깨기를 시작한 무적핑크는 스무 살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안주에 대한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일주일 중 3일은 학교수업을 듣고 나머지 시간은 원고를 마감하면서 바쁘게 지내는 와중에도 ‘웹툰 그 이상의 콘텐츠 창작’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서울대 특기자 전형 합격 당시 여러 매체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을 때도 오히려 ‘명문대 우월주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내 스케줄 창이 나의 판단과는 무관하게 ‘일정한 패턴’만으로 꽉 차 있지는 않은지 늘 반성합니다. 일에 붙들리지 않으면서 재미있게 사는 것을 놓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자신의 명함에 ‘학생, 웹툰작가’라고 간결하게 적어놓은 작가 ‘무적핑크’. 무적핑크의 다음 연재작만큼이나 ‘변지민’이라는 스무 살 여성의 미래가 무척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