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추모 기사를 읽고

2009년 3월 7일 우리는 대한민국의 한 여배우가 자택에서 목매어 숨진 사건으로 인해 충격에 휩싸였다. 일명 ‘장자연 파문’이라고 불리는 사건이다. 자살한 수많은 연예인들이 있었지만 장자연의 자살이 이토록 우리들을 놀라게 만든 것은 그녀가 남긴 한 통의 유서 때문이다. 그녀가 죽은 후에 전 매니저에 의해 공개된 이 문건에는 주민등록번호와 서명 등이 적혀 있었고, 기획사로부터 술 접대와 성상납 강요를 받는 등 폭행에 시달려왔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암암리에 일반인들이 추측하던 연예계의 성상납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라 그것이 단지 추측이 아니고 현실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사실’이라는 것이 이 사건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언론은 한동안 이 사건을 헤드라인으로 다루며 핫이슈로 등극시켰다. 이 사건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권력가들을 헤집는 데 중점을 두었지만 결코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이 아니라 그저 흥미 위주로 어떻게 하면 더 자극적으로 이슈화해서 시청률과 판매 부수를 올릴까 하는 의심이 드는 보도가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약 8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유명한 냄비 근성답게 장자연 사건은 이미 잊힌 지 오래다.

장자연의 죽음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은 무엇일까. 평범한 우리들이 모르는 어두운 연예계의 비리를 일부분이나마 양지로 내보인 한 여배우의 고통스러운 죽음일까. 그 죽음을 통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바뀌었는가라고 지금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사건은 우리들의 뇌리에서 잊혔고 관계자들은 솜방망이 처벌만을 받았을 뿐이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장자연을 기억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1970년대 전태일이 노동자를 위해 분신한 것처럼 장자연도 화려한 연예계의 이면에 숨겨진 수많은 신인 여배우들의 인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이라고 한다면 너무 거창하게 해석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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