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용인하는 사법부 국민이 용서치 않는다
성폭력 용인하는 사법부 국민이 용서치 않는다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09.10.16 15:46
  • 수정 2009-10-16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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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피해 아동에 진술번복, 합의유도 등 비인간적 처우
‘영혼 살해’인데 어떻게 항소 포기, 가벼운 형량 나올까
조두순 사건의 충격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양파 껍질 벗겨지듯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특히 잔혹한 성맹수 조두순은 피고인입네 하며 변호를 받을 수 있었던 반면, 희생자를 대변해줘야 할 검찰은 오히려 나영(가명)이에게 다섯 번이나 끔찍한 진술을 번복하도록 둔감한 처신을 했다. 나영이 아버지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처음 검찰에서 진술을 한 뒤 녹화가 안됐다고 다시 하라고 하더니, 녹음이 안됐다, 소리가 작다 등의 이유로 다섯 차례나 진술을 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도대체 우리 사법부는, 특히 검찰은 왜 이토록 비이성적이고 비인간적이며 배려라곤 눈꼽 만치도 없을까.

이에 대해 KBS 생방송 심야 토론회를 통해 강지원 변호사는 단적으로 법조인이 되기 전 기계적인 교육과정에서부터 문제 제기를 했다. 그는 이번 조두순 사건처럼 술 먹고 폭력을 행해도 “저 사람이 술 안 먹었을 때 아주 점잖은 사람이다. 그런데 술 먹어서 실수한 거다”라고 판단하도록 형법교과서와 대학 강의가 가르친다고 비판했다. 서울고검 검사와 청소년보호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역임한 강 변호사는 이를 두고 “수십 년 된 법조계의 악습”이며 일종의 관행이라고 못 박았다.

한국의 법조계가 얼마나 ‘폭력적’인지는 선진국 사법부와 비교해보면 극명히 드러난다.

표창원 국립경찰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토론회에서 아동 대상과 성폭력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의 모범 답안과 같은 영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그 근간이 되는 사법부의 5가지 인식을 소개했다. 즉, 무조건 실형 선고를 원칙으로 하는데, 그 배경엔 우선 강간은 인격 살인에 해당한다, 둘째 이번 조두순 사건에서처럼 국민의 법 감정이 용서치 않는다, 셋째 잠재적인 성범죄자들에 대한 경고다, 넷째 성폭력 범죄자들에 대한 응징이다, 다섯째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다라는 인식이 깊숙이 자리한다.

표 교수는 반면 우리 사법부의 경우 “마치 첫째, 성폭력은 살인 등 다른 강력범죄에 비해 경미하다, 둘째 여론에 휩쓸려 국민 법 감정을 반영하지 마라, 셋째 형량 높인다고 범죄예방 되지 않는다, 넷째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성폭력범 응징을 형량에 반영하지 말라), 다섯째 피고인을 긍휼히 여겨라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생각된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동 대상과 성폭력 범죄에 내리는 가벼운 형량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 수준이기에 검찰이 이런 범죄의 피해자들에게 그토록 쉽게 ‘합의’를 유도하곤 하는 것이다. 여기엔 아동과 (성범죄 주 대상자인)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가부장적 경시가 함께 깔려 있다. 사법부의 인식이 인권적 측면에서 성숙해지지 않는다면 제도와 법을 만들어서라도 성숙한 인식을 유도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장 흔한 감경 사유가 되는 음주 후 범행엔 특별한 가중처벌을 하고, 피해자 배상을 강화하는 한편, 민사소송 전 형사소송 과정에서부터 피해자를 위한 변호사를 선임하고, 아동범죄에 관해선 아동의 유약한 상황을 고려해 별도의 재판 시스템을 적용하는 특별절차법 도입 등을 제안한다. 무엇보다 수사 과정에서부터 최고의 전문가가 따라 붙어 피해자의 2차, 3차 피해를 최소화할 시스템을 촉구하고 있다.

나영이를 비롯한 수많은 성폭력 피해 아동을 담당해온 신의진 교수(연세대 소아정신과)의 말처럼 아동성폭력은 ‘솔머더(Soul Murder, 영혼 살해)’다. 사법부는 어찌 이를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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