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맹수’에 관대하고 피해자엔 ‘둔감’
‘성맹수’에 관대하고 피해자엔 ‘둔감’
  • 임유경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10.09 10:48
  • 수정 2009-10-09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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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선 무기징역, 격리…한국은 ‘솜방망이’ 처벌
초범 국가유공자 당뇨 고혈압…별의별 ‘감경’ 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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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외국의 엄벌 사례에 비해 우리 사회의 ‘관대한’ 처벌을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아동성폭력에 대한 우리의 안이한 대처는 필연적으로 2, 3차 피해를 불러오기에 특히 심각하다.

반면, 선진국들은 아동성범죄자를 엄벌에 처하는 것은 물론, 2,3차 피해 방지에 집중하고 있다.

스위스는 성범죄자를 2명의 정신과의사가 진단해 “완치가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명되면 평생 교도소에 수감시켜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한다. 의학적으로 “완치가 가능해졌다”는 명백한 증거가 입증될 때에 한해 치료를 전제로 석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도 지난 2007년 아동 성범죄로 27년을 복역한 범인이 석방된 지 한 달 만에 다섯 살 난 남자아이를 납치, 성폭행한 프란시스 에브라르(61) 사건 이후‘중대 범죄 치료 유치법’을 마련했다. 아동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는 1차로 정신과의사, 2차로 판사 3명의 재범 가능성 판단 과정을 거치면서 이 중 한 명이라도 재범 가능성 의견을 제시하면 출소한 가해자를 특수치료 시설로 옮겨 사회와 격리시키도록 한 것이다.

독일과 체코는 아동 성범죄자에 대해 ‘물리적 거세’를, 캐나다와 미국 일부 주, 유럽 일부 국가는 ‘화학적 거세’를 감행하고 있다. 미국은 성폭행 과정에서 저지른 감금, 폭행, 약취유인 등의 죄를 함께 적용해 종신형에 가까운 선고를 내리는 것이 일반적 관행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텍사스주는 10대 소녀 3명을 20개월간 성폭행한 40대 남자에게 ‘4060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또한 정신질환자가 아니어도 재범 가능성이 높은 성범죄 전과자에 대해서는 형기만료 후 재범 가능성이 사라질 때까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하는 ‘성맹수법(Sexual Predator Law)’을 여러 주에서 채택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말 그대로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다.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형이 확정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1839건 가운데 무기징역은 0.4%에 불과했으며, 벌금형이 42.1%, 집행유예가 30.5% 선고됐다.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강간범의 경우 23.2%가 집행유예를, 강제 추행한 경우에도 48.4%가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이 같은 현상 이면엔 가중처벌을 하는 외국과 달리, ‘조두순 사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가해자가 만취 상태를 감경 사유로 인정받아 무기에서 징역 12년으로 감형 받았듯이  일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감경 사유가 인정되고 있다.

‘2008년 아동성폭력 재범방지 및 아동보호대책’에 대한 법무부 연구에서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에서 법률지원 중이거나 지원했던 사례 28건에 대한 분석 자료(그래픽 참조)를 보면, 동종 전과 없음, 범행의 자백과 반성, 고령 등의 ‘단골’ 사유 외에도 음주와 당뇨, 고혈압, ‘국가유공자’ 등이 감경 사유로 인정됐다.

이에 연구에 참여했던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 김태경 임상심리실장은 “신고율(6~7%)과 검거율이 정말 낮고 재범률은 70% 정도로 높은 아동성폭력의 속성을 제대로 이해만 해도 감경 사유가 될 수 없는 것들이 재판부에 의해 너무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아동성범죄는 은폐된 범죄가 많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초범이나 ‘동종 전과 없음’이 곧 해당 가해자가 성폭력 전과가 없다는 사실로 단정 지을 수 없어 실제 형량을 깎아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어서 “교사로 재직하거나 종교인으로 사회에 기여했다는 이유를 들어 형을 낮춰주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며 “오히려 이런 사회 지도층의 아동 성범죄는 더욱 가중 처벌해야 하는 경우”라고 꼬집었다. 또 “고령이기 때문에 추가 범행 가능성이 낮다는 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다. 70~80대 아동성범죄자가 꽤 있다”고 밝히면서 “그만큼 (나이가 들어) 인간적 성숙을 이뤄야 할 나이에 아동 대상 성범죄를 저지르면 오히려 더 비난을 받아야지 왜 감경 사유로 인정되느냐”며 반문했다.

이경희 서울해바라기아동센터 소장은 이렇게 무분별하게 감경 사유가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우리 사회의 성의식 단면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2,3차 간접피해를 주고 재범을 부추기는 이유”라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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