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근로단축제 1년 넘도록 신청자 ‘0’
육아근로단축제 1년 넘도록 신청자 ‘0’
  • 최지현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8.28 12:27
  • 수정 2009-08-28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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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교보생명, LG노텔, 국민은행 등 참여 기업 극소수
일본처럼 기업·근로자 모두에 ‘인센티브’ 있어야 ‘실효’
정부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이하 육아근로단축제)가 시행 1년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를 실제 시행하고 있는 기업과 신청자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 제도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란 ‘생후 3년 미만 된 영유아가 있는 근로자가 주당 15시간 이상 30시간 이하로 육아휴직 대신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으로,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이 신설된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2008년 6월 22일부터 시행해왔다. 

해당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는 이뤄지고 있지 않아 제도 참여율에 대한 공식 자료는 없는 상태다. 본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육아근로단축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대한항공, 교보생명, LG노텔, 국민은행 등 손에 꼽을 정도다.

특히 대한항공, 교보생명은 지난해 법 시행과 동시에 해당 제도를 도입했지만, 현재까지 신청자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LG노텔의 경우도 지난 5월부터 이 제도를 전격 도입했지만 아직까지 신청자는 없다고 밝혔다.    

기존의 육아휴직으로 인한 근무단절을 보완하고, 자신의 여건에 맞게 육아 형태를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육아근로단축제’ 도입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일제 근무관행에선 어려움이 많아 해당 기업들은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LG노텔 관계자는 신청자가 없는 이유에 대해 “가령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1~2시간 먼저 퇴근할 경우 국내 정서상 눈치가 보여 자리를 비우기가 쉽지 않다. 차라리 이미 더 잘 정착돼 있는 육아휴직을 선택한다”며 ‘한국적’ 근무 분위기를 최대 문제점으로 꼽았다. 더구나 기존의 육아휴직도 ‘분위기상’ 맘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드문데 단축근무를 선택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출산을 앞둔 한 대기업 여성 근로자는 “출산휴가 이후 육아휴직을 연달아 사용하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 그냥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장된 권리를 곧이곧대로 쓸 수 없는 고충을 토로했다. 다른 중소기업 여성 근로자 역시 “단축 근무가 육아휴직보다 덜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시행한다면 사용하고 싶다. 하지만 전일제 육아휴직도 쉽지 않은 마당에 파트타임으로 회사 업무를 본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도입 취지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각자 돈도 벌고, 고용도 유지하는 등 윈-윈 하자는 것이었지만, 우리나라 근로 관행상 무리가 있다. 이를 무시하고 기업한테 하루아침에 뜯어고치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근로 관행만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등 보다 적극적인 전략이 부재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가령, 여성부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대한항공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여성인력 육성, 일-가정 양립제도 운용을 골자로 하는 ‘여성친화 기업’ 협약을 맺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인센티브나 강제력이 전혀 없어 그저 여성친화적인 제도들을 운용하고 확산시키는 데 기업이 자발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상징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때문에 인센티브를 통한 기업 및 근로자에 대한 동기부여를 강화하고, 근로자의 권리를 보다 명확히 하는 등 제도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인센티브 역시 첫 시행 기업에 시행 격려금을 지급하거나, 근로자에게는 급여 외 육아휴직 수당을 더 얹어줘 근로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육아근로단축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노동연구원 김혜원 박사는 “일본의 경우 시행 축하금 등의 인센티브제도 덕분에 육아근로단축제가 잘 정착돼 있다. 우리나라에 해당 법이 논의될 당시 제도 자체를 도입하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인센티브나 권리 강화 등의 부분까지 나아가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에 대한 보완작업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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