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영어시험 100점은 누구의 덕일까요.

또 아이의 구강검진 결과 충치가 나왔다면 누구의 책임일까요.

내원하시는 부모님들께서는 ‘아이가 이를 잘 닦지 않아요’ 또는 ‘이를 잘 닦는데 이가 약한가봐요’라는 말을 자주 하십니다. 그렇지만 그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계시고 또 알려고 하는 분들도 흔치 않습니다. 치아 건강에 있어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세계적인 치과 전문의들의 연구에 따르면 자녀의 잇솔질 등 구강보건 행동은 어머니에 의해 형성되며, 구강보건 지식수준이 높은 어머니들의 자녀들에서 1일 평균 잇솔질 횟수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어머니의 학력이 높을수록, 어머니의 구강보건 지식이 높을수록, 어머니의 잇솔질 횟수가 많을수록, 예방을 목적으로 치과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 어머니일수록 자녀에게서 충치가 발생될 확률이 낮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보면 더 이상 자녀의 치아문제는 아이의 탓이 아닙니다. 바로 부모의 책임인 것이죠. 그렇다면 어머니가 되었다면 어떠한 치과 상식을 알고 있어야 할까요.

아이의 치아는 성인이 될 때까지 크게 3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첫째 단계는 유치열(0~ 3세)의 시작입니다. 막 태어난 아기는 충치를 발생시키는 뮤탄스균(S.Mutans)이 없지만 치아가 맹출하는 6개월 이후에는 아이와 접촉하는 모든 것에서 이 세균이 감염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장난감이나 젖병을 소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충치가 뽀뽀나 이유식 시 숟가락을 통해 아이에게 감염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가 태어났다면 부모의 충치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충치치료를 받아야겠습니다.

둘째 단계는 유치열기(3~7세)입니다.

3세가 되면 유치열이 완성되고 이러한 유치는 13세에서 15세까지 아래의 영구치가 완전히 올라올 때까지는 영구치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유치의 심한 충치는 하방 영구치의 손상과 형태의 변형을 초래할 수 있으며 적절한 시기에 발치되지 않고 남아있거나 또는 너무 조기에 발치된 유치는 후천적인 부정교합을 야기하여 필요치 않은 교정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유치라 할지라도 충치 예방과 치료,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아래의 영구치가 잘 나올 수 있도록 이를 뽑아주는 것은 단순하지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셋째 단계는 혼합치열기에서 영구치의 완성기(13~15세)입니다.

유치와 아래의 영구치들이 교환되는 시기로 사춘기에 즈음하여 신체 성장이 최대로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문의하시는 ‘언제 교정을 시작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의 답이 바로 이때입니다. 치료에도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어서 때를 놓치게 되면 심각한 질병처럼 생명에 위협은 아니더라도 쉽게 되는 치료를 어렵게 만들어 아이가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시기에 있어 대부분의 경우, 영구치가 모두 맹출한 경우가 추천되지만 중·고등학생이 되면 입시 등으로 인해 교정치료가 사회적인 측면에서 추천되지 않는 경우가 있으므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어머니들은 자녀의 진학 경로에 맞춰 치료를 미리 계획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아들은 아버지를 베끼고 딸은 어머니를 그린다’. 작가 이윤기님은 이러한 이유로 아들 앞에서 15년간 교통법규를 어긴 적이 없고 딸 앞에서 아내를 헐하게 대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내 자녀가 양치를 잘 안 한다는 변명보다 거울 앞에서 함께 재미나게 또 올바르게 이를 닦아보는 것이 어떨까요. 부모님의 치아건강도 자녀의 치아건강도 좋아지는 건강한 습관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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