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참외 한 개에 얼마예요?”

“요즘 과일 값이 금값입니다. 하나에 2500원씩이에요.”

나는 장에 갈 때마다, 뭔 놈의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이렇게 치솟는지 울화가 치밀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는다. 대신 상큼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리고 우아하게 과일을 받아올 뿐이다. 물론 “아저씨 하나만 더 주시면 안돼요? 다른 것도 많이 사잖아요. 아저씨는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어요? 다신 여기 안 올거라고요!” 등 별의별 대꾸를 하고 싶지만 속으로는 삼킬 뿐이다.

그 때였다. 

“아이쿠 우리 이모님 오셨네. 오늘 참외 좋아. 몇 개 드릴까?”

“지난 번 참외 맛없더라. 안되겠어. 나 오늘 보상 톡톡히 해줘야 해.”

“아 그럼, 참외 4개에 만원인데 두 개 더 드릴게.”

상냥한 말투에 한가득 미소까지 보낸 나에겐 덤 하나 없이 장사를 하면서 퉁명스런 ‘이모님’에게는 자그마치 두 개나 참외를 더 주다니. 이렇게 옆에서 눈 동그랗게 뜨고 서 있는데 말이다. 나도 나름 결혼 2년차 ‘아줌마’인데 말이다.

아직 미혼인지 기혼인지 헷갈리는 새댁이라는 ‘착한 핑계’로 상인들은 내게 물건을 흥정하는 일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눈빛을 전한다. 아무리 물건을 많이 사도 절대, 덤을 얹어주지 않는다. 당연, 먼저 물건 값을 깎아 말하지도 않는다. 시끌벅적한 시장통에서 느낄 수 있다는 그 놈의 정도 서른 살 무렵의 새댁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나름 단골인데, 이런 대우는 부당하다며 오늘만은 제대로 가격을 깎고 오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한 어느 날, 나는 제대로 흥정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고등어 한 마리에 얼마예요?”

“큰 놈은 5천원이고 작은 놈은 3천원.”

“큰 거 두 마리, 9천원만 받으세요. 안 그럼 진짜 안 살 거예요.”

그렇게는 못 판다는 아주머니와 실랑이를 벌이는 내 모습을 보던 남편이 한 마디 한다.

“왜 그래 오늘? 아줌마처럼….”

사실, 나는 빨리 아줌마의 세계에 끼어들고자 하는 바람을 자주 품었다. 지하철 옆자리에 앉은 이름 모를 아줌마와 자연스런 대화도 나눌 수 있는, 당당하게 물건 값을 흥정할 수 있는…막강파워 아줌마. 세상이 내 집 앞마당처럼 편하게 느껴지는 여유 있는 아줌마. 할 말은 하고 못할 말은 삼키는 지혜가 묻어나는 그런 ‘아줌마’를 말이다.

하지만, 세상은 여성들에게 이중 잣대를 들이민다. 어머니가 보여줬던 푸근한 모성애를 요구하면서도, 일찍부터 여성성을 잃어버린 아줌마가 되지는 말라고 한다. 꼼꼼하게 살림을 하되, 품격 없이 시장에서 물건 값을 흥정해서는 안 되고, 모든 상황에서 이해와 배려를 바라면서도 목소리 큰 ‘아줌마’로 변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한다. 아줌마는 여성도 남성도 아닌 무시무시한 존재라면서 말이다.

여자는 약하지만, 엄마는 위대하고 아줌마는 만만한 세상, 참으로 ‘새댁 아줌마’는 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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