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10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여국 모임인 개발원조위원회(DAC)에 참여하게 된다. 한국전쟁 이후 북미와 유럽의 선진국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은 ‘수원국’이던 우리나라가 이렇게 단기간 내에 개발도상국에 원조를 제공하는 ‘공여국’으로 국제적 위상을 갖추게 된 것은 국제적으로도 유례없는 일이다. 이제는 수원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여국의 위상에 맞는 실질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그동안 DAC 회원국을 비롯한 선진 공여국들은 성평등과 여성의 권한 부여를 개발원조의 목표로 삼고, 제도적·정책적 기반 마련에 힘써왔다. 여성의 권한 부여와 성평등 개선이 수원국의 빈곤 철폐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진 공여국에 비해 개발원조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성평등과 여성인권 보호 및 발전을 위한 원조가 체계적으로 계획되지 않아 그 기여도가 매우 낮다.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성이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는 차별적인 문화가 만연되어 있고, 이러한 차별적인 문화는 각 국가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경제 성장의 숨은 동력이 여성이란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한국의 선진적인 여성정책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경험과 함께 젠더 분야의 전문성을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해 공유하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이룬 여성정책의 발전과 성과를 개발도상국가의 차별적 문화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는 공여국으로서의 역할이 필요하다.

얼마 전 서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인 베냉에서 정부 대표단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을 찾았다. 베냉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56달러(약 108만9000원)밖에 되지 않는 가난한 나라다. 베냉의 정부 대표단은 전 세계 여성연구소 홈페이지를 검색하다가 한국의 눈부신 발전 뒤에는 여성정책이 있었다고 보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성과와 노하우를 벤치마킹하여 자국에도 이와 같은 국책연구소를 설립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 않고 우리나라를 찾은 것이다.

베냉 정부 대표단의 방한은 우리 스스로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국제적 비교우위를 증명한 셈이다. 앞으로는 베냉처럼 이렇게 찾아오기 전에, 우리나라의 개발원조가 개발도상국의 성평등과 여성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우리 여성계가 보다 적극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