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자본주의’는 가능하다
‘착한 자본주의’는 가능하다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4.24 11:08
  • 수정 2009-04-24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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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창출과 사회적 나눔이 공존하는 대안경제 탐구
사회적 기업·공정무역·마이크로크레디트 등 총망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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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올리버(35)는 영국의 대표적인 ‘훈남’ 요리사다. 20세 때 영국 BBC가 제작한 요리 프로그램 ‘네이키드 셰프(Naked Chef)’의 진행을 맡아 잘생긴 외모와 유머감각 넘치는 말솜씨, 독특한 스타일, 천재적인 요리솜씨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2003년에는 요리사로는 유례없이 국위를 선양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여왕에게서 대영제국훈장(MBE)을 받았다.

그 배경에는 레스토랑 피프틴(Fifteen)이 있다.

올리버는 2002년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 가출, 실직, 범죄 등 경험이 있는 15명의 16~24세 청소년들을 모아 요리사 훈련을 시키고, 15명을 상징화해 레스토랑 피프틴을 만들어 이들을 고용했다. 올리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1년에 달하는 교육과정을 만들어 사회적으로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요리는 물론, 자립을 위한 심리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매년 수료생의 65%가 영국이나 미국, 유럽 등지에서 요리사로 취직하거나 창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자본주의의 사전적 정의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다. 레스토랑 피프틴은 사회적으로 소외된 청소년에게 직업훈련의 기회와 일자리를 제공한다. 교육비를 따로 받는 것도 아니니 당연히 자본주의와는 거리가 꽤 멀다.

그러나 레스토랑 피프틴은 자본주의적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런던은 세계에서 레스토랑 식비가 가장 비싼 것으로 유명하다. 그곳에서도 값이 조금 비싼 식당에 속하지만 매일 빈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주말에는 3개월씩 예약이 밀려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경제적 성장’과 ‘분배를 통한 나눔’이 서로 교차하고 있는 레스토랑 피프틴의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그 해답은 책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에 있다.

한때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꼽았다. 자본주의의 여러 모순들, 즉 자본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이로 인해 실업과 빈곤이 증대되는 병폐를 막기 위해서는 생산수단의 사회적 소유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저자들은 자본주의의 대안은 ‘새로운 자본주의’라고 말한다. 자본주의의 궁극적 목표인 이윤 창출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소외계층을 배려하고 환경보호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새로운 자본주의’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자본주의로의 가능성을 가늠해볼 징후는 크게 5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사회적 기업이다. 상품을 생산해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전통적 의미의 기업과 똑같지만, 얻어낸 이윤을 주주나 소유자가 아닌 소외계층 지원이나 고용 등 사회적 목적을 위해 재투자하는 점이 다르다. 영국의 레스토랑 피프틴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도 2007년부터 노동부가 앞장서 현재 200개 이상의 사회적 기업이 인증을 받았다.

둘째, 공정무역이다. 공정무역은 제3세계의 소외된 생산자와 노동자에게 보다 좋은 무역 조건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돕는다. 우리나라도 ‘아름다운 가게’가 2006년 네팔과 남미 커피를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공정무역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셋째, 마이크로크레디트다. 신용과 담보가 없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는 가난한 이들에게 무담보로 소액대출을 해줌으로써 자립과 자활의 기회를 제공한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이 유명하다. 우리나라도 사회연대은행, 아름다운 재단 등 다양한 기관이 등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환경이나 인권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상품을 생산하지 않거나 이윤의 일부를 사회적 가치를 위해 재투자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고, 또 소비자들 역시 이러한 착한 기업에 투자하거나 소액주주운동, 불매운동 등을 통해 기업의 행위를 전환시키는 ‘사회책임투자’ 참여가 활성화되고 있다.

이 책은 이들 5가지 징후에 대한 방대한 자료 조사와 꼼꼼한 분석을 근거로 새로운 자본주의로의 가능성을 설파하고 있다. 협동조합운동의 창시자인 로버트 오웬부터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고 있는 빌 게이츠까지 새로운 자본주의 ‘멘토’ 10명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이 책의 묘미는 마지막 장에 있다. 사회적 기업과 공정무역 기업이 내놓은 착한 물건을 구매하는 ‘착한 소비’와 현금이나 현물이 아닌 자신의 재능을 사회적 기업에 기부하는 ‘프로보노(pro bono publico, 공익을 위하여)’를 통해 새로운 자본주의에 동참하자고 권유한다.

이 책은 젊은 사회적 기업자들의 모임인 예스이노베이션(YES Innovation)의 대표 운영자 전병길씨와 젊은 전문가 재능기부 단체인 사회적 컨설팅 그룹(SCG) 대표를 맡고 있는 고영씨가 함께 썼다.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  (전병길·고영 지음/ 꿈꾸는터/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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