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학력 격차·고교 서열화 등 부작용 우려
1993년 수능이 처음 실시된 이후 시험에 대한 성적 원 자료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왔다. 성적 비교에 따른 학교 간 과다경쟁, 사교육비 증가 등 초·중등 교육과정의 파행 운영이 염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수능 성적 원 자료 공개를 요청했고, 이를 교육과학기술부가 받아들여 국회의원에 한해 16개 광역지자체와 232개 기초지자체별로 2005 수능부터 2009 수능까지 5년간의 성적 원 자료를 3월 말에서 4월 초쯤 공개하기로 했다.
이번에 공개되는 원 자료에는 표준점수와 등급, 백분위 등 응시자에게 개별 통보되는 내용이 모두 담겨 있다.
다만 고교 서열화를 막기 위해 학교의 이름과 학생의 이름은 기호나 알파벳 등 암호 형식으로 표기된다. 이를테면 ‘서울 강남구 ★고 A◆C 학생’ 등의 방식이다. 공개되는 자료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건물 안에 설치된 특수 컴퓨터로만 열람할 수 있다. 수능 원 자료 공개를 보는 교육 현장의 반응은 반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국내 교육 현실에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돼 성적 공개에는 반대한다”고 전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엄민용 대변인은 “수능 성적 원 자료는 공교육의 붕괴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면서 교과부의 성적 공개를 강력하게 반대했다. 엄 대변인은 “몇 명만 자료를 열람해서 분석하면 지역별 고교 서열화는 물론이고 학교별 성적 편차도 산출해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의 신순용·강윤봉 공동대표도 “수능 원 자료가 공개되면 고교등급제 실시 근거로 악용될 수 있다”면서 반대 입장을 보였다.
학부모연대 측은 교과부의 이번 성적 공개에 대해 “지난 일제고사 성적 공개와 마찬가지로 수능 원 자료 공개는 학교들의 점수 경쟁을 부추길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교육 소외 지역의 학생과 학부모에게 무력감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불필요한 지역 이동과 사교육비 증가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