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정치인들의 ‘이유 있는’ 정치력 상승세
여성 정치인들의 ‘이유 있는’ 정치력 상승세
  • 김은경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2.20 12:48
  • 수정 2009-02-20 1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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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팩트·강력한 한마디로 정치적 국면 전환
전문직·관료직 경험 많아 객관적·합리적 일처리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서민을 위한 정책을 촉구하며 한승수 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이미경 의원이 서민을 위한 정책을 촉구하며 한승수 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18대 국회 들어 여성 정치인들이 결정적인 증거 제시나 ‘한 마디(멘트)’로 정치국면을 전환하는 등 진일보된 면모를 보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최근 용산참사에 대한 정치권의 공방 과정에서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해 정치력을 인정받은 김유정 민주당 의원을 비롯, 지난달 입법전쟁 과정에서 청와대의 주문으로 강행처리 될 법안에 대해 같은 여당 의원이지만 쓴소리를 냈던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지난해 국정감사 도중 KBS에 대한 감사원 감사의 문제점 지적 과정에서 꼼꼼한 필사로 결정적 증거를 제시했던 박영선 민주당 의원 등 여성 의원들의 ‘한 방(힘)’이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과거 17대 국회만 해도 여성 의원들의 ‘한 방’은 주로 여러 명이 단체로 목소리를 낼 때 통했다. 특히 ‘호주제 폐지’ 등과 같이 여성 관련 제도 마련이나 이슈를 놓고서는 여성 의원들이 여야를 넘어서 한목소리를 낼 때만이 ‘성공’ 할 수 있었다.

그러나 18대 와서는 여성 의원들 간에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형성되고 다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예컨대 ‘군 가산점제’ 문제만 해도 17대 국회에서는 ‘찬성’이란 이견을 가진 여성 의원이 없었던 반면 18대 국회에서는 여성 의원이라 하더라도 ‘찬성’ 입장을 표명하는 등 입장차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여성 정치인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생겨나면서 여성 정치인들의 정치력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최근엔 한 명의 여성 의원의 한 마디, 한 번의 제스처가 ‘카리스마’ 있는 결단으로 작용하면서 정치국면을 변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여성 정치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정치적인 카리스마는 ‘온정적’이고 ‘따뜻한’ 것이라기보다는 ‘합리적’이고 ‘냉철함’이 돋보이는 경우에 해당된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의 경우 용산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과정에서 유가족과 고인의 고통에 대해 울먹이며 말을 못 이을 정도로 유감을 나타내는 등 ‘온정적’ 면모도 보이는 한편, 사건의 진위 여부를 따지는 과정에서는 철저히 객관적인 ‘팩트’에 근거해서 냉철하게 일을 처리했다는 평가다.

김 의원은 이번 용산참사와 관련해 세 차례 결정적 증거를 제시했다. 첫째, 참사 당일 경찰의 행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서울경찰청을 독촉해 받아낸 진압계획서를 제시해 당시 김석기 서울시경찰청장으로부터 진압을 최종 승인한 사실을 밝혀냈다.

둘째는 참사당일 경찰의 무전 녹취록을 공개한 것이다. 당 대변인인 김 의원이 국회 브리핑을 통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무선통신 내용을 확인한 결과, 용역업체와 무관하다던 경찰의 주장은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결국 “무전 내용은 맞지만 상황을 오인하고 보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셋째로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현안질의에서 한승수 국무총리에게 ‘청와대가 용산사건을 촛불시위로 확산시키려는 반정부 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 사건을 적극 활용하라는 문건을 경찰청에 지시했다’며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질문 과정에서 김 의원은 ‘문건’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한 총리가 ‘메일’이라는 묻지도 않은 것을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심증을 굳힐 수 있었다고 한다. 예리한 감각도 한몫했다.

결국 청와대는 13일 “청와대 행정관이 보낸 이메일이 맞다”며 메일을 보낸 해당 행정관에게 구두경고라는 처분을 내렸다. 이번 일을 계기로 김 의원은 ‘팩트’로 승부하는 정치인으로 인정받게 됐다.

한편 이 같은 여성 의원들의 정치 능력이 향상된 데는 18대 들어 국회에 전문직과 관료 등의 사회 경험이 많은 여성들의 참여가 많아진 데 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강한 발언권으로 정치적 입지를 넓히고 있는 여성 의원의 상당수는 전문 분야에서 오래 종사했거나 행정관료 출신인 경우다. 김유정 의원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고, 지난 국감 때 ‘송곳질의’로 눈길을 끌었던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방송기자와 법학자 출신이다. ‘필사의 달인’ 박영선 의원도 역시 전직 방송기자로 활동했으며, 객관적이고 똑 부러지는 발언으로 의정활동을 인정받고 있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도 민변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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