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식 수업에 꼼꼼한 컨설팅까지…전문가 됐어요"
"토론식 수업에 꼼꼼한 컨설팅까지…전문가 됐어요"
  • 권지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09.02.13 12:33
  • 수정 2009-02-13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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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부처 공무원 40명 참여…교육 만족도 높아
성인지예산센터 설치, 성별분리통계 재정비 ‘과제’

 

성인지 예산 업무를 담당하는 중앙 부처 공무원들이 지난 11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열린 ‘제2차 성인지 예산 워크숍’에서 성인지 예산서 작성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성인지 예산 업무를 담당하는 중앙 부처 공무원들이 지난 11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열린 ‘제2차 성인지 예산 워크숍’에서 성인지 예산서 작성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서 근무하는 이태미(31·여) 행정주무관(7급)은 3개월 전 기획재정담당관실에 배치되면서 성인지 예산제도에 대해 처음 들었다.

단어부터 너무 생경했지만, 담당자에게 개괄적인 설명을 듣고 나니 정부 예산이 남녀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제도의 취지에 쉽게 공감이 갔다. 하지만 당장 오는 10월까지 2010년도 성인지 예산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사실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행복청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대부분이 길을 내거나 건물을 짓는 등 성 중립적인 사업이거든요. 우리와는 크게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모든 정부 기관이 의무적으로 성인지 예산서를 제출해야 하잖아요. 도대체 어떤 사업을 써야 할지 막막하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기획재정부로부터 공문이 왔다. 성인지 예산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진행하니 참여하라는 내용이었다. 이 주무관은 지난 11일 서울 불광동에 위치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을 찾았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성인지 예산제도가 왜 필요한지, 성인지 예산서를 작성할 대상 사업은 어떻게 선정하는지, 성인지 예산서 항목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에 대한 교육이 진행됐다. 그 중에서도 그의 눈과 귀를 잡아끈 것은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분임토론과 실습’ 수업이었다.

“보통 공무원 대상 교육을 가보면 선생님은 얘기하고 우리는 듣기만 하는 주입식 교육이 많아요. 그런데 오늘 교육은 달랐어요. 토론은 물론이고 구체적인 컨설팅까지 받았거든요. 선생님이 지난해 행복청에서 추진한 사업 예산서를 미리 분석해서 성인지 예산서로 바꿔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꼼꼼하게 정리해주시는데, 정말 감동이었죠.”

행복청은 오는 6월 착공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첫 마을을 ‘여성이 행복한 도시’로 만들기로 하고,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여성 건축가와 교수, 주부 모니터단 등에도 자문을 받아 구체적인 도시 건설 계획을 마련 중이다.

이 주무관은 “처음에는 도시 건설에 남녀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교육을 받으면서 남녀가 함께 생활하는 도시 공간에 여성의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며 “도시 계획 단계부터 성인지적 접근을 시도하고 이를 통해 성인지 예산을 실행하면 정책적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성인지 예산’에 새로 눈을 뜬 공무원은 이 주무관만이 아니다.

국무총리실, 노동부, 국방부, 통일부, 교육과학기술부, 문화체육관광부, 법제처, 국가보훈처, 식품의약품안전청, 중소기업청, 특허청, 경찰청, 기상청, 병무청, 감사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총 36개 중앙부처 담당 공무원 40명(여 5명, 남 35명)이 함께 교육을 받았다.

1차 워크숍이 열린 지난 1월 29일 교육에는 26개 중앙부처 담당 공무원 37명이 참석했고, 오는 26~27일에도 5급 이상 총괄 담당자를 대상으로 1박2일 워크숍이 열린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연말까지 총 800명의 공무원이 성인지 예산 교육을 받게 될 전망이다.

성인지 예산 교육을 총괄하고 있는 강남식 진흥원 교수는 “하루 교육을 실무 교육으로 진행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하지만 처음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담당 공무원들의 교육 욕구에 충실히 부응하기 위해 성인지 예산 태스크포스(TF)팀을 주축으로 컨설팅 연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성인지 예산제도 주무부처인 여성부와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4월 관련 부처 담당자와 여성정책연구원, 진흥원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성인지 예산 TF팀(팀장 기획재정부 예산실 국장)’을 구성했다. 팀원들은 이번 워크숍을 위해 지난해부터 각자 전문 분야별로 15~25개 사업에 대한 컨설팅 연구를 진행했다. 교육의 성공 뒤에는 이 같은 TF 팀원들의 노력이 숨어 있었다.

그러나 과제도 적지 않다. 현재 여성정책연구원은 ‘성인지예산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 중심이고, 2010년 말이면 3개년도 연구가 끝나기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의 ‘민원’에 신속하게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행복청의 이 주무관은 “이번 교육을 통해 실무적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막상 예산서를 쓸 때 사소한 거라도 터놓고 물어볼 수 있는 공식적인 창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교수도 “성별영향평가센터처럼 성인지 예산에 대해서도 현장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 기관의 설치가 시급하다”고 말을 보탰다.

강 교수는 이어 “교육과정에서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토로하는 것이 사업의 성별 수혜를 분석하는 업무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라며 “2007년 10월부터 성별분리통계가 의무화됐지만 아직 제도적으로 미비해 체계적인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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