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미국의 주요 여성단체들은 여성친화적 정책이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선전했던 힐러리 클린턴의 존재 때문일까?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지난 1월 9일 발표된 ‘미국의 복구와 재투자 계획(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Plan: ARRP)’을 통해 살펴보자.

이 계획은 오는 2010년까지 적어도 300만 명의 일자리를 보호 또는 창출한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공약을 정책화한 것이다. 이 계획이 제대로 가동되면 여성고용 창출 효과가 42%에 이를 것으로 발표했다.

이러한 계획이 국회의 인준을 받게 되면, 일자리 수만이 아니라 여성고용 창출 비율까지 구체적인 정책평가의 대상이 된다. 이는 일자리만 만들면 여성들에게도 자동적으로 혜택이 돌아간다는 소위 ‘국물효과’의 가정아래 총량만 발표하는 정책 관행을 깨뜨린 것이어서 신선하다.

그리고 성별만이 아니라 인종, 계급 간의 형평성도 고려하여 정책목표를 세우는 구체적인 과정을 보여주어 성평등을 향한 정책의 진실성과 공정성 의지에서 일단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이 계획은 인종, 계급 간의 빈부격차 완화를 위해, 경제위기로 가장 극심한 타격을 받은 건설, 제조업, 소매업, 유흥업 분야의 흑인과 히스패닉계의 저학력 청년층 남성 노동자들의 고용 회복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그와 동시에 성별격차의 완화를 위해, 전체 평균 성비가 50 대 50에 근접하도록 다양한 산업분야의 고용창출을 유도하는 정책을 동원했다. 또한 직업의 종류도 시간제, 전일제가 각 계층에 골고루 분포되도록 했다.

정책에서 성형평성을 유지하는 일은 근로자의 성비가 산업별로 13~77%까지 차이가 나며, 시간제와 전일제 근로자 성비에서도 차이가 나는 현실에 민감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야 교육, 보건, 사회서비스 등 여성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산업분야를 찾고, 공정한 예산투자를 할 수 있다.

또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복지예산 삭감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여성과 아이들을 의식하여 세입예산 지원으로 이들을 보호하는 정책도 강구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차이에 대한 민감성을 통해 다양한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고자 하는 오바마 정부의 여성친화적 정책은 벤치마킹감이다.

이와 비교해 볼 때, 우리의 정책수준은 어떠한가. 최근 우리 정부도 2012년까지 ‘녹색뉴딜사업’에 50조원을 투입하여 총 96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일자리 창출계획이 여성들에게 미치는 구체적 영향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일견 ‘녹색뉴딜사업’은 남자들에게만 유리해 보인다. 96만 명의 일자리가 대부분 건설업에서 창출될 경우 여성들의 신규 일자리는 약 10만 명 정도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건설업의 근로자 성비 9.8% 대입).

만일 이러한 이해가 부당하다면, 정부는 보다 책임 있는 공식자료를 통해 여성고용 창출 효과를 밝혀야 한다. 지난 2002년에 신설된 ‘여성발전기본법’ 제13조는 정부가 근로자, 취업자, 경제활동인구 등 사람 수를 나타내는 ‘인적 통계 작성 시 성별을 주요 분석단위에 포함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법을 잘 활용하면, 여성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길도 있을 것이다. 

여성은 국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권자이자 납세자다. 모든 정책이 대통령 친화적 정책이나 건설업자 친화적 정책이 아니라, 여성들에게 공정한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여성친화적 정책이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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